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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시지프로삽니다(我是西西弗)

by 마르치아

요새 나는 삶이라는 거대한 무게를 느끼며 내 안에 또 다른 시지프가 살아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시지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의 왕으로 신들의 노여움을 사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았다. 산꼭대기에 이르면 바위는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그는 다시 그 바위를 올려야 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반복되는 일. 끝도 없고 어떤 희망도 없는 형벌. 그러나 나는 그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묘한 위로를 느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삶이란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같은 오류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또다시 그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내는 일. 해답도 없는 길을 헤매다 그 길이 아님을 알고 다시 다른 길을 기웃거리는 일. 권태와 싸우며 의미를 찾아 헤매는 일.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알게 된다. 삶이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견디며 살아지는 것임을.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끌고 오르는 시지프일지도 모른다.


그 바위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바위를 밀어 올리고 어떤 이는 생계라는 무게를 짊어진다. 또 어떤 이는 사랑이라는 바위를 가슴에 품고 산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시작하고 또 끝낸다.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일은 결코 영웅적인 일이 아니다. 다만 반복되고 지루하고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그 무의미 속에 깃든 인내가 인간을 만든다.


산꼭대기에 간신히 바위를 올려놓는 그 순간이 과연 희열일까. 아니면 다시 굴러 내려갈 것을 알기에 견뎌야 하는 두려움일까. 나는 생각한다.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러니 바위를 올리고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질 때까지의 그 짧은 순간. 그 잠깐의 정적을 행복이라 부르고 싶다. 그래, 행복은 그 짧디 짧은 순간에 깃드는 것이리라.


바위가 떨어질 때의 쿵 소리가 가슴을 울릴 때마다 나는 또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다시 산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삶은 나를 무너뜨리지만 동시에 일으켜 세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절망을 견디는 일이 바로 인간의 고귀함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슬픔을 통해 성숙하며 다시 희망을 찾는다.


아무도 박수치지 않아도 나는 오늘도 내 바위를 민다. 그것이 나의 숙명이자 기도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바위가 산꼭대기에서 잠시 멈출 때 그때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감사의 성호를 긋는다. 이 무거운 삶이 내게 다시 기회를 주었음을, 다시 도전하게 함을,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세상은 여전히 나를 시험하고 나는 여전히 그것을 감당한다. 삶의 바위는 크기가 줄지 않지만 내 마음의 근육은 점점 단단해진다. 언덕의 높이는 여전하지만 오르는 내 걸음에는 어느새 믿음이 자란다. 어쩌면 신은 나를 벌한 것이 아니라 가르치신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법과 용서하는 법,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바위를 민다. 굴러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바위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때문이다. 바위를 산에 올리는 동안 나는 살아 있고 바위가 떨어지는 동안 나는 깨닫는다. 삶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동행의 대상임을. 나는 시지프처럼 살지만 더 이상 절망 속에 있지 않다. 나의 바위는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무게이며 나의 하루는 그 무게 속에서 빛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산을 오른다. 무릎이 떨리고 손끝이 까져도 나는 웃는다. 바위가 다시 굴러 내려갈 것을 알면서도 나는 멈추지 않는다. 바위와 나 사이의 이 싸움이야말로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길이다. 바위가 멈춰 선 순간에만 나는 안다. 이 짧은 숨의 여백이 얼마나 찬란한지를.


그래, 행복은 그 짧디짧은 순간이다.

나는 그 찰나의 숨을 붙잡으며 오늘을 살아간다.

#시지프로오늘을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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