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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한다는것의 의미

by 마르치아

혈관에서부터 정수리 끝에서부터 스치듯 올라오는 싫어한다는 감각은 언제나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이 감각은 설명과 판단이 도착하기 훨씬 이전에 존재하며 마치 오래된 생존의 본능이 다시 깨어나 어둠 속에서 작은 불씨처럼 깜박거리는 순간처럼 다가온다.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 어둠의 신호는 결코 오류가 없었다.

사람들은 늘 이성을 신뢰하라 말하고 감정은 불안정하니 거리를 두라 말하지만 싫어함이라는 감각만큼은 이성보다 더 정확했고 그 정확함은 때때로 섬뜩할 정도였다. 왜 싫은지 설명하려고 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이유는 늘 현실 뒤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감각은 이미 그 순간을 지나가버린다. 그래서 싫어함의 진실은 언제나 몸에만 남는다.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 중에 내가 조금만 더 오래 머물렀다면 내 마음이 훼손되었을 사람들도 있었고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갔다면 깊은 상처를 남겼을 인연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내 몸은 먼저 알아채고 미세하게 움츠러들며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고 심장이 아주 작게 경고음을 보냈다. 나는 그 경고를 이해하지 못한 시절이 있었고 그 무지를 대가로 치른 적도 많았다.




이제는 안다. 싫어함은 미움의 기척이 아니라 파멸을 피하기 위한 원초적인 수호다. 좋아함이 영혼의 확장이라면 싫어함은 영혼의 수축이고 그 수축은 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다.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어둠을 감지하는 감각 그것이 바로 싫어함이다.




나는 늘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 했고 불쾌함을 느껴도 내가 예민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래곤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를 잃은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누군가의 말투가 내 숨을 긁어내릴 때 그 서늘함을 부정했었고 누군가의 시선이 내 영혼 어디쯤을 더럽히는 느낌이 들 때도 그것을 예의로 덮었다. 예의는 결국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




몸은 늘 먼저 말한다. 몸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내 신경이 수축되었고 어떤 사람은 웃고 있어도 그 웃음 뒤에서 차가운 금속 같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때마다 몸은 즉시 답했다. 도망쳐라 그 결은 네 것과 섞일 수 없다.



나는 이제 그 감각을 더 이상 부정하지 않는다. 밝음이 항상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빛 아래 가려진 그림자가 더 많은 것을 말해주며 그 그림자와 마주할 때 비로소 나 자신을 잃지 않게 된다. 싫어함이라는 감각은 나쁜 것도 이기적인 것도 냉정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나의 생명력이다.



살아오며 가장 크게 깨달은 것 하나는 이것이었다. 나는 감각의 생명체라는 것. 나는 논리보다 직관을 더 잘 사용하고 사람의 말보다 사람의 기척을 더 정확히 읽으며 표정보다 그가 흘리는 공기의 질감을 더 잘 느낀다는 것. 그래서 싫어함은 내가 가진 가장 오래된 진실이다.



싫어한다는 감각이 올라올 때 나는 이상하게도 깊은 고독을 느낀다. 그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공간이다. 내가 지켜야 할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어둠 속에서 혼자 서 있는 시간. 그 시간은 때로 차갑지만 그 차가움이 나를 파괴에서 지켜주었다.



사람들은 싫어함을 부정하며 살아가지만 나는 이제 그 감각을 부정하지 않는다. 싫어함은 냉정함의 언어가 아니라 영혼의 경고다. 어느 거리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은 너를 잃는다. 이 사람과 이 공간과 이 기척은 네 영혼과 맞닿을 수 없다.



나는 그 메시지를 존중한다. 그 메시지는 어둠 속에서만 들리고 조용하지만 날카롭고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처럼 명확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감각을 신뢰한다. 감각은 나를 결코 속이지 않는다. 직관은 언제나 나를 가장 정확하게 안내했고 그 안내는 때로 잔인할 정도로 사실이었다.



싫어한다는 감각은 나를 향한 귀환이다. 나는 그 귀환을 받아들이며 내 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나의 생명력을 지키기 위해 내 영혼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어둠 속에서 나를 저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감각.




나는 그 감각을 믿는다.
그리고 그 감각이 이끄는 방향으로 나는 걸어간다.
그 길이 고독해도
그 고독이 나를 지켜왔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