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방어 수육이 먹고 싶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방어 ‘내장’의 그 다름을 입 안 가득 음미하고 싶어졌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한 미각의 욕망이라기보다, 살아온 시간을 조용히 씹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바다를 헤엄치고,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먹이를 먹고 자랐을 텐데, 왜 한 뱃속의 내장들은 그렇게도 서로 다른 맛을 품고 있는 걸까. 그 단순한 의문이 내 안에서 자꾸만 커졌고, 어느덧 발걸음을 움직이게 했다. 나는 결국 모슬포로 향했다.
작은 횟집. 따뜻한 주방 불빛 아래 수육 한 접시가 김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수육을 마주했고, 마주 앉은 친구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 말했다
.
“오랜만에 이런 데 오니까 좋다. 근데 너 오늘, 뭔가 좀 다르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그냥 좀… 먹고 싶었어. 이걸.”
생선이 내장을 드러낸다는 건, 그 생의 은밀한 이면을 접시에 올린다는 뜻이다. 거기엔 파도가 스친 흔적이, 수온의 변화가, 그리고 어느 계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웠다. 혀끝에 닿자마자 사근사근하게 풀어지며, 마치 오래된 상처 하나가 살며시 열리는 듯했다. 간은 놀랍도록 진했고, 묵직한 구수함 속엔 어떤 눌린 감정이 조용히 배어 있었다. 이리는 다소 질겼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이 배어 나왔다. 창자는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이 꾹꾹 눌러 담긴 노트 같았고, 한입 베어 물 때마다 무언가를 오래도록 삼켜온 느낌이 들었다.
조용한 음악이 흘렀고, 테이블 사이사이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젓가락이 국물에 잠기며 내장 하나를 건져올릴 때마다 나는 내 안의 기억 하나를 함께 건져내는 기분이었다.
“이 맛은… 뭐랄까, 좀 아프다.”
내가 중얼거리듯 말하자 친구가 웃으며 물었다.
“음식이 아프긴 또 처음 듣네. 근데 진짜 그래 보여. 무슨 생각 해?”
나는 수육을 와사비 섞인 간장에 살짝 찍으며 그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한 점을 천천히 씹었다. 그 안엔 오래된 어떤 감정이 담겨 있었다.
먹는다는 행위는 기억을 불러오는 일종의 제의다. 입 안에서 퍼지는 풍미는 단지 맛이 아니라, 감정의 잔향이기도 하다. 특히 간을 씹고 있을 때, 그 짙고도 묵직한 풍미는 단순한 내장 하나의 맛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삶의 어떤 한 조각, 말하지 않고 흘려보낸 기억이 고체의 형태로 응고되어 입 안에서 천천히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외면당했던 시간들, 아무 말도 없이 등을 돌려야 했던 순간들, 상처받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꾹 참았던 마음들이 바로 이 간 속에 스며들어 있었던 건 아닐까. 간은 몸 안에서 해독을 맡는 기관이라지만, 내게 그것은 감정의 창고처럼 느껴졌다. 말 못 할 감정들이 눅진하게, 오래 눌러앉아 있었고, 나는 지금 그 창고를 조심스럽게 열어보고 있었다.
무언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끝내 되지 못했던 것들, 사소한 실패처럼 보였지만 내겐 오랫동안 마음을 무겁게 했던 기억들. 그 모든 잔류 감정들이 내 안에 켜켜이 남아 있었고, 나는 지금 그것을 씹고 있었다. 그건 일종의 재회였다. 애써 묻었던 감정과 다시 마주하는 일이었고, 더는 피하지 않고 천천히 받아들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잊힌 줄 알았던 감정들은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고 믿었던 감정들이, 어느 날엔 예고도 없이 입 안에 다시 들어와 씹히고, 삼켜지고, 때로는 목에 걸려 멈추기도 한다. 오늘 내가 씹고 있는 간이 바로 그랬다. 그래서였을까. 간에서 나는 맛은 유독 오래 머물렀다. 혀끝을 스치고도 끝내 목 안으로 사라지지 않고, 마치 어떤 진실이 말을 걸듯 조용히 입 안에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조각 안에서, 외면했던 나를 다시 마주보고 있었다.
친구가 다시 물었다.
“진짜 괜찮아?”
나는 젓가락을 들고도 대답을 미뤘다. 그 물음조차, 지금의 내 감정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수육을 또 한 점 입에 넣었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괜찮냐는 그 말조차, 지금의 나를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 감정은 슬픔도, 비통함도 아니었다. 잘 삶아진 생선 내장이 인생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오래 잠겨 있다가도 흐트러지지 않은 그것처럼, 나 역시 무너지지 않으려 애써왔다. 그래서 꼭 나 같았고,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천천히, 조용히, 나를 하나씩 먹어내며 이 식탁 위에서 스스로를 용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인생이 무엇이었냐고 묻거든, 조용히 이 선창가 작은 식당으로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데려와, 방어 수육을 먹게 해 주리라.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것을, 그 접시 위에서 천천히 씹으며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