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던 시간

by 마르치아


나는 지금 덜컹거리는 시간 앞에 서 있다. 삶의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굉음이 폭발하기 직전의 고요와 철저히 단절된 이 낯선 순간 앞에서 나는 숨을 죽인 채 그 진동을 느끼고 있다.


내 안에 이는 소용돌이의 시작을 이해하고자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았다. 그제야 내가 살아야 할 이유, 근원적인 삶의 소명이 마치 깊은 바닥에서 건져 올린 투명한 돌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아마도 이 소명을 알아차리기 위해 지난 오십 년을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두고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조금씩 나를 감싸고 있던 더께들이 벗겨졌고, 그제야 비로소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이런 시간을 맞이하게 된 지금이 경이롭고도 고귀하게 느껴진다. 과거라는 이름의 이력들이 나를 단 한 번도 다듬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욕망과 성공이라는 허울을 좇으며 허망한 길 위를 걷고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내 안의 상처들, 악연이라 불렀던 인연들마저도 오히려 나를 감사하게 만드는 깊고 풍성한 뿌리가 되어주었다.


돌아보면 모든 일이 감사였다. 단 하루도 맹탕처럼 허투루 통과한 시간이 없었다. 때로는 쓰라리고, 때로는 억울해서 쓴 간을 베어 먹는 듯 아팠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간들이 지나고 나니 그저 점 하나로 남는다.


이제 내 인생의 챕터 1은 조용히 막을 내렸고, 새로운 챕터 2가 나를 향해 문을 열고 있다. 나의 본성을 찾는 데 무려 오십 년이 걸렸으니, 앞으로의 삶은 그 시간을 통해 다듬어진 것을 나누는 시간, 연습과 훈련으로 갈고닦은 것을 흘려보내는 시간이어야 한다.


나는 지금 그 덜컹거리는 시간 앞에 서 있다. 이 고귀한 떨림, 내 삶의 좌표를 새롭게 찍는 이 시각을 기억하며, 다만 몇 문장으로라도 남기고 싶어 이렇게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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