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을 하나의 무늬로만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하얀 종이에 단 한 줄만 써 내려간 것 같은, 예측 가능한 이야기로 남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자꾸 다른 빛을 입히고, 다른 리듬으로 걸으려 한다. 내 삶이 단조로운 반복이 아니라, 때로는 높낮이를 가진 음표처럼, 때로는 서로 다른 색이 조화된 수채화처럼 흐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무대 위에서 관객과 웃고 울며 살아 있고, 어떤 날은 조용한 책상 앞에서 마음속 사막을 걸으며 한 줄의 문장을 붙잡는다. 또 어떤 날은 전혀 뜻밖의 사람과 삶을 이야기하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누군가의 시간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낯선 것들과 마주하며, 그 낯섦 속에서 내 안의 새로운 조각을 발견한다.
나는 삶이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고 나선이고, 때로는 미로라고 믿는다. 그래서 돌아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며, 다시 시작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을 더 많이 알아가고,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된다. 삶의 다채로움은 때로는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를 더 깊게 살아가게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단순하고 평온한 삶을 지향하지만, 감정이란 것이 내겐 늘 출렁이는 물처럼 가까이 있다. 매 순간이 잔잔하지만은 않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의 마음은 익숙한 것들로부터 자주 벗어나려 한다. 익숙함은 나를 보호해주지만, 때때로 나를 잠들게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공기를 마시며 다시 나를 깨우고, 새로운 언어와 리듬 속에서 내가 잊고 있던 내면의 풍경을 되살린다. 같은 곳에 오래 머물기보다, 가끔은 떠나야 하고, 새로운 계절을 직접 맞이해보아야 한다. 낯선 곳에 가서 낯선 공기를 마시고, 다른 문화와 언어, 다른 리듬에 몸을 실어보며, 내가 몰랐던 나와 다시 만난다.
삶을 다채롭게 산다는 건 사실 더 많이 사랑하겠다는 고백이다. 더 많은 얼굴과 마주하고, 더 많은 이야기 안에서 흔들리고, 그리하여 내가 몰랐던 나의 모서리까지 사랑하게 되는 일. 익숙한 것만 좇는 삶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진실한 감정들이, 그 다채로움 속에 숨어 있다.
다채로움은 나를 피곤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살아 있음을 일깨운다. 매번 익숙한 방식으로 살았다면 나는 아마도 많은 것을 놓쳤을 것이다. 내가 지닌 색깔이 몇 가지나 되는지, 내 안의 풍경이 얼마나 넓고 복잡한지, 그런 것들을 나는 오늘도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계속 다르게 살아가려 한다. 고요했던 하루에는 질문 하나를 남기고, 어지러웠던 날에는 오히려 침묵을 껴안는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또 새로운 빛으로 나를 덧칠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내 삶을 단 한 가지 이름으로 정의하지 않고 싶다.
그 모든 빛의 겹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이 되어간다. 다채로움 속에는 때로 오해도 있고, 혼란도 있고, 나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불일치도 있지만 나는 그것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나의 복잡함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 복잡함 안에서 또 다른 존재들과 공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일이다. 삶을 다채롭게 산다는 건 나만의 이야기를 고집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고, 그 목소리에 반응하며 나를 더 부드럽게 확장시키는 일이다. 단조로움 속의 평화도 아름답지만, 나는 진실한 충만함은 언제나 색의 겹에서 온다고 믿는다. 색이 많다는 건 상처가 많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상처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감추는 대신 조화롭게 펼쳐 보이려 한다. 내 삶의 팔레트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무수히 덧칠될 것이다. 그 모든 흔적이 모여 하나의 빛이 될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삶을 다채롭게 살아간다. 그것이 내 사랑의 방식이고, 신에게 드리는 나의 기도이며, 매 순간을 감사하게 살아가는 나만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