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한 보편적 오해

by 마르치아


사랑은 끝나기도 한다. 사랑이 끝나는 방식에는 여러 결이 있다. 때로는 뜨겁게 무너지고 때로는 조용히 스러지며 때로는 말없이 소멸한다. 어떤 관계는 예고 없이 부서지고 어떤 관계는 오래전부터 금이 가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애써 붙들다 놓아진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이별을 먼저 건네는 사람은 오래도록 앓는다. 흔히 사람들은 말한다. 이별을 말한 쪽은 미련이 없을 거라고. 이미 마음이 떠났기 때문에 먼저 등을 돌릴 수 있었을 거라고. 그러나 현실은 종종 그 반대편에 있다.


사랑을 끝내는 사람은 그 결정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마음의 밤을 지나온 사람이다. 그들은 견디고 참으며 반복적으로 안으로 무너졌고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무르면 서로가 더 다칠 것을 알아차린 채 말없이 돌아선 사람이다. 누군가를 놓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며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 자신과도 작별하는 일이다. 이별을 말한 사람은 자신을 가장 먼저 떠나는 사람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결정의 부담’이라 말한다. 관계의 끝을 결정하는 사람은 관계 전체의 실패를 홀로 떠안는 구조에 놓인다. 그들은 종종 ‘너는 왜 그러지 않았니’라는 질문보다 ‘내가 왜 그러지 못했을까’라는 질문 속에 머문다. 상대를 떠나보낸 후에도 그들을 떠나보낸 자신을 이해하려 애쓰며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단죄한다. 떠난다는 것은 단지 등을 돌리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끝까지 감당하는 일이다.


사랑은 끝났을지라도 기억은 남는다. 떠난 사람일수록 관계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더 많이 회상한다. 장면 하나하나에 마음을 들여다보았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들은 오래도록 잔상을 끌고 다닌다. 머리는 헤어졌다고 말하나 몸은 아직도 그 사람의 말투와 온도와 기척을 기억한다. 감각이 지우지 못한 사람은 멀어져도 그 안에 남는다. 부재는 반드시 결여를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사라짐으로 남는다.


사랑이 끝났다고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종종 관계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끝을 말한 사람도 사랑을 끝낸 것은 아니다. 단지 지속할 수 없는 방식의 사랑 앞에서 멈추었을 뿐이다. 사랑은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만두는 것이다. 그만두는 사람은 늘 설명하지 못한 마음을 등에 지고 돌아선다. 그 마음은 끝나지 않기에 계속 아프다.


떠나는 사람도 아프다. 다만 그들은 설명하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그들은 이해받으려 하지 않고 이해받지 못할 것을 안다. 그래서 더 조용해지고 그래서 더 오래 앓는다. 그들은 때로 잊혀지는 것보다 오해받는 것을 선택한다. 그래야 상대가 덜 흔들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이별은 침묵 안에 가장 큰 사랑을 감춘다.


진통은 흔히 소리 없이 깊어진다. 그리고 오래간다. 말하지 못한 사람은 더 오래 기억한다. 설명하지 않은 사랑은 더 오랫동안 머문다. 떠난 사람이 감정을 끝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그들은 그 감정을 가장 오래 끌어안은 사람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랑은 끝나고 나서야 완성된다. 관계는 끝났지만 사랑은 결을 바꿔 남는다. 존재의 방식이 바뀌었을 뿐 마음은 여전히 거기 있다. 떠난 사람의 마음은 종종 그 자리에서 머문다. 다만 말하지 않고 다만 드러내지 않고 다만 그를 위해 자신을 꺾은 채 그렇게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끝까지 조용히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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