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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는 당신께

by 마르치아

오늘은 어떤 문장이 날 살게 할까. 나는 천천히 묵상하듯 일상을 맞이한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빛이 내 이마를 스친다. 나를 지나쳐간 어제의 아픔도 누군가의 말에 흔들렸던 마음도 아침의 온기 앞에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 나는 다만 오늘을 살기 위해 내 안의 작은 기도를 조용히 깨운다. 어떤 문장이 내 하루의 불씨가 되어줄지 나는 그저 기다릴 뿐이다. 기다림마저도 기도가 되는 아침이다.




선물 같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써야 할지 벌써 설레임이 가득하다. 마치 빈 원고지에 첫 문장을 적기 전의 떨림처럼 내 마음은 더 깊은 곳으로 천천히 기울어지고 조용히 초대받은 듯한 하루가 빛 속에서 부드럽게 펼쳐진다. 향 하나를 피우고 두 손을 모은다. 가늘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내 마음의 가장 깊은 상처를 스치며 소리 없이 정화되는 순간 나는 비로소 오늘의 첫 숨을 내쉰다. 그 작은 연기 하나에도 하루가 새롭게 열린다는 사실이 이토록 경이롭다.




하루에도 다 들어있는 사계절과 순환의 순리. 아침의 빛은 봄처럼 새로움을 틔우고 정오의 열기는 여름처럼 나를 단련시키며 해질녘은 가을처럼 마음을 비워내게 하고 밤의 고요는 겨울처럼 모든 것을 쉬게 한다. 이 작은 하루 안에서 나는 수없이 피고 지며 다시 태어난다. 오늘이라는 계절을 다시 고요히 맞아들이며 나는 나를 천천히 뜨겁게 살아낸다.




오늘을 살아내는 모든 이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와 입술로 말하지 못한 슬픔과 조용히 버티는 마음까지 하루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는 이들을 위해 나는 작은 기도를 바람처럼 보낸다. 누군가의 겨울이 조금은 덜 춥기를. 누군가의 여름이 지나치게 뜨겁지 않기를. 모든 이의 하루가 조금 더 부드럽게 지나가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 또 한 번 두 손을 모은다.




나도 누군가의 기도로 이 하루를 버텨냄을 잘 알기에 나도 그들을 위해 내 기도를 보탠다. 어딘가에서 나를 위해 조용히 마음을 모아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내 삶이 몇 번이나 다시 일어섰던 것을 기억하기에 오늘 나는 그 은총을 다시 흘려보낸다. 누군가의 무너지는 마음 위에 작은 등불 하나 놓아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하루를 충분히 아름답게 살아낸 셈이 된다.




그 마음 하나로 나는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낼 것을 알아차린다. 세상이 조금 차갑게 굴어도 어떤 말이 내 마음을 스치며 가도 내가 누군가의 기도 안에 있다는 사실이 내 발걸음을 다시 일으킨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서로의 삶을 떠받치며 작은 빛이 되어준다. 그 빛 하나만으로도 나는 오늘을 견디고 걸어가고 살아낸다. 그러니 오늘 하루 잘 버티기를. 내가 사랑하는 이들도 나처럼 누군가의 기도 안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를. 말 한 번 숨 한 번 작은 기도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줄이 되기를. 그리고 그 줄 하나라도 오늘 당신의 마음을 붙들어주기를.



그리고 나는 안다. 하루를 버티는 일은 거창한 용기에서 오지 않고 작은 숨 하나 작은 빛 하나 작은 말 한마디에서 온다는 것을. 누군가의 마음에서 조용히 건너온 그 따뜻함이 내 안에서 천천히 자라며 오늘을 지탱해준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더 조용히 나를 낮추고 더 깊이 마음을 기울여 이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내 작은 숨결 하나라도 보태고 싶어진다.



아침의 빛이 다시 내 손등에 내려앉는다. 그 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또 하나의 계절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이어붙인 순간들의 연속이기에 오늘의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기적이 되기를 바라며 다시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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