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은 어느 때보다 고요하다. 닫힌 카페 문을 열어두고 나는 같은 시각 매일 다른 향을 고르며 아침을 연다. 어제 내려앉은 묵은 향을 날리고 새로운 향을 입히는 나만의 정화의식이다. 이 시간에는 아직 하루가 말을 걸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만 의미는 아직 말을 배우지 않은 상태로 공기 속에 머문다. 아침의 고요는 비어 있음이 아니라 아직 사용되지 않은 가능성에 가깝다. 사람이 도착하기 전의 공간은 언제나 조금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나는 이 시간을 붙잡지 않는다. 다만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서 다른 향을 고를 뿐이다. 반복은 의식이 되고 의식은 나를 나에게 데려다 놓는다.
그러다 향 하나를 피우고 연기가 날아가는 방향을 응시하게 되었다. 그 향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따라가고 싶은 아침이다. 의도는 아직 개입하지 않았고 시선만이 먼저 길을 낸다. 인간의 생각은 늘 너무 빠르지만 몸은 아직 머뭇거릴 줄 안다. 향의 끝을 따라가다 빨갛게 숨을 뿜어내는 향의 몸이 내 시선을 붙잡아 두었다. 작은 막대 하나가 불꽃을 머리에 이고 가만히 서 있다. 움직이지 않지만 멈춰 있지도 않은 상태. 존재란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향은 어쩌면 지금을 살아내는 우리의 모습 같다는 생각에 갑자기 목이 메어 울음이 터져 나온다. 이 울음은 감정의 서사가 아니라 반응에 가깝다. 이해보다 먼저 도착한 몸의 신호다. 나는 이 울음에 아무 감정도 얹지 못한 채 가만히 향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기가 공기를 따라 나선으로 피어오른다. 직선이 아니라 회전의 방식으로 위로 오른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사라지는 길. 존재는 늘 이중의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연기는 말없이 보여준다.
향은 제 몸을 스스로 사그러지게 하면서 조금씩 무게를 줄여간다. 자기를 태워 남기는 것은 향뿐이다. 몸은 줄어들고 흔적은 퍼진다.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은 반드시 사라짐을 전제로 한다. 그 향 하나 주위에는 다 탄 재들이 주검처럼 누워 있다. 쓸모를 다한 몸들은 더 이상 자신을 주장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자리를 차지한다. 이 주검들 앞에서 내 심장은 조금 차가워진다. 이 차가움은 거절이 아니다. 감정의 실패도 아니다. 삶은 때로 뜨거운 해석보다 차가운 인식에 더 가까워진다. 무언가를 이해하지 않아도 이미 받아들인 상태.
향은 불을 붙이는 순간 산소를 빨아들이면서 점화된다. 불은 언제나 혼자 타지 않는다. 공기를 요구하고 시간을 요구하고 주의를 요구한다. 열정 역시 늘 주변을 소모하며 지속된다. 어떨 땐 그 불을 불어 낮추지 않고 그대로 바라본다. 개입하지 않는 선택도 하나의 태도라는 것을 나는 이 작은 불 앞에서 배운다. 그러나 내가 그 속도를 제어하지 않는다면 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계속 불꽃을 머리에 이고 타기만 한다. 속도는 삶에서 가장 오해받는 요소다. 빠름은 종종 충실함으로 오인되고 느림은 무능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일정한 속도 안에서만 제 향을 낸다.
내가 호흡으로 그 불을 안정시켜야만 비로소 머리 끝에서 한 자락 가느다란 향의 연기가 피어 오른다. 이때의 호흡은 통제가 아니라 조율이다. 밀어붙이지 않고 맞추는 일. 삶이 요구하는 것은 종종 힘이 아니라 리듬이다. 향이 피어오르면 나는 향 주위에서 철저하게 향의 관찰자가 된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도망치지도 않는다. 주위라는 자리. 가장 많은 것이 보이는 거리다. 삶의 열정의 주체에서 관찰자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향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열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위치를 바꾼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불을 머리에 이고 서 있지 않다. 불과 나 사이에 숨 하나가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우리는 흔히 타는 자리에서만 삶이 보인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장면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만 비로소 윤곽을 드러낸다. 삶 역시 관찰의 각도를 바꾸는 순간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다 타고 난 뒤에야 비로소 가벼워진 것들이 있다. 처음부터 가벼웠던 것이 아니라 충분히 태워 본 것들이다. 가벼움은 결코 회피의 결과가 아니다.
아침의 카페 안에서 유리컵 속 재는 식어 있고 연기는 이미 사라졌다. 남아 있는 것은 향이 지나간 자리와 그 자리를 통과한 시간뿐이다. 나는 더 이상 무엇을 하지 않는다. 다 타고 난 뒤에야 비로소 가벼워진 것들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고, 나는 그 앞에서 오래 머문다. 고요는 이렇게 스스로 닫히지 않은 채 남아 있고, 하루는 아직 나를 부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