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내 책
12월의 끝자락에
오랫동안 써온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기로 약속했다.
출간 계약을 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늘 확신보다는 질문에 가까운 상태로 살았다.
이 문장들이 과연 누군가에게 닿을까,
이 시간을 견딘 흔적이 의미가 될까.
그 질문을 안고 몇 해를 더 걸어왔다.
이번 계약은
‘잘 되었다’기보다
‘이제 꺼내도 되겠다’는 허락에 가깝다.
혼자만의 노트에 남겨두었던 문장들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는 정도의 일.
편집자와의 첫 통화에서
우리는 웃었고,
결을 이야기했고,
서두르지 말자는 데에 자연스럽게 뜻이 모였다.
그 대화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책은 곧 나온다.
아직 제목도, 정확한 모양도 다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이 글들이 삶을 견디며 쓰인 문장들이라는 것.
조용히,
하지만 끝내 써온 사람으로
다음 계절을 맞이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