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분의 추천사

책 출간은 작가만의 작업이 아니다.

by 이 경화


이 문장들을 누구에게 보여드릴 것인가를 오래 생각했다. 잘 보아줄 사람보다는 함부로 보지 않을 사람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네 분의 얼굴을 떠올렸다. 무대에서 평생을 살아오며 사람 앞에 서는 몸의 시간을 견뎌온 #남경읍 선생님 가장 서정적인 언어로 시를 써오며 말의 온도를 지켜온 #홍일표 선생님 법의 언어로 사람의 사정을 오래 들여다보며 판단보다 맥락을 먼저 생각해 온 #이현곤 변호사님 그리고 문장을 쓰는 시간보다 지우는 시간을 더 오래 살아온 #배정록 선생님.


이 네 분께 이 글을 맡겨 드렸다.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기보다 이 문장들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확인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미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더는 혼자만 붙들고 있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확신이라기보다 신뢰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이 글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믿음 하나로 나는 이 문장들을 건넸다. 네 분의 추천사 가운데 배정록 선생님의 글을 먼저 올린다. 문장을 오래 만져온 사람의 말은 대체로 늦게 도착하지만 오래 남기 때문이다.


둥근 소반 사이에 할아버지와 아이가 있다.


소반 위에는 동그랑땡 하나가 남아 있다.


“할아버지 이거 더 먹어도 돼 아님 반으로 나눌까”


불면 날릴 것 같은 아이는 오십을 넘긴 어른이 되어


고요의 우물로 두레박을 내린다.


멈춤과 움직임이 있고 채움과 비움이 있다.


수도승의 잠언집처럼 철학가의 철학서처럼


고뇌와 성찰 끝에 얻게 되는 우주가 또 있다.


그러나 작가는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선명히 속을 드러낸 고드름처럼


바람 앞에 자신을 내보이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이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가 잠시 앉아도 되는 자리를 남기며 살아가고 싶다.


밥상에도 우주가 있다시던 할아버지 그 말에 귀 기울이던 소녀는


이제 그 나이의 어른이 되어 고요의 우물에서 두레박을 올린다.


꽃이 되었다. 병석에 누운 엄마 곁의 아홉 살 소녀 꽃잎이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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