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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늦기 전에 Aug 09. 2021

요즘 이혼이 대세인가 봐

넘쳐나는이혼 콘텐츠가불편하다.

  '결혼 작사 이혼 작곡 시즌2'(이하 결사곡)가 끝이 났다.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결혼 이후에는 아내가 보는 드라마를 종종 함께 시청한다. 막장 드라마 좀 보지 말라고 부탁을 해보아도 막장이 더 재밌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는 시즌 3를 암시하는 장면과 함께 복잡한 이성관계가 그려졌다. 여러 커플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결혼식 장면은 의문을 자아냈다. 그러고 보니 요즘 TV에는 이혼 콘텐츠가 참 많은 것 같다. '세상에 이렇게 이혼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이렇게 자주 꺼내도 되는 주제인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혼의 가장 필수적인 전제는 결혼이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법적 또는 사회적으로, 그 권한과 관계를 인정받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을 초대해 그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미래를 약속한다. 또 돌이킬 수 없는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 법적으로의 책임과 권한을 나눠 갖는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이라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정이었다. 함께 살 집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이 따랐고, 양가에 인사를 드리는 과정,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가족이 된다는 전제로 불편하게 맞는 상견례 자리까지 뭐 하나 쉽게 진행되는 것이 없었다. 


  결혼식은 또 어떤가?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다 알아보느라 시간을 들여야 했고, 또 하루는 통으로 날려가며 웨딩촬영이라는 것을 해야 했다. 그리고 결혼식까지는 살을 빼기 위해 각각 필라테스, 헬스장도 다녀야 했다.


  그렇게 결혼식을 치르고 나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변해있다. 집도, 환경도, 심지어 생활습관까지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결혼을 했는데, 이혼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TV 속 세상에서는 너무도 손쉽게 결혼하고, 또 이혼한다.


  물론 이런 TV 프로그램들이 이혼을 세상에 끄집어냄으로써 이혼 자체를 나쁘지 않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혼가정에서 자라게 될 아이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이혼 가정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에 '엄마 없는 아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시선에 많이 방황했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가정교육 탓을 들어야 했고, 그게 아니면 불쌍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보니 이혼하는 부부들이 왜 이혼을 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다. 평생을 다른 사고방식,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오던 성인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소한 빨래, 청소 문제에서부터 돈 관리까지 여러 방면에서 티격태격하기 마련이다.


  이런 것들은 결코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해야만 극복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없다면 서로를 위해 이별을 택하는 것이 행복을 위한 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혼은 말처럼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자녀에게도 큰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결혼보다 더 신중해야 하는 게 이혼 아닐까. 둘이 사랑해서 결혼했다면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이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깔끔하게 매듭짓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세상에서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불륜을 저지르며,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다. 그리고 그 마무리는 너무도 간단하게 이혼이다. 이렇게 이혼을 희화화하는 콘텐츠를 계속 보고 있노라면 '과연 결혼을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것만 같았다. 


  

  '결사곡'은 끝났지만 여전히 이혼 콘텐츠는 범람하고 있다. 한 종편 채널에서는 코미디언 이혼 '1호'커플이 될 수 없다며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고, 이혼 후 자녀를 '내가 키운다'며 혼자서 하는 육아의 고충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다른 채널에서는 한 번 이혼을 겪은 남녀의 새로운 만남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시청률을 잡기 위해, 화제성을 얻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혼한 부부가 그 자체로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혼'이라는 주제의 콘텐츠만큼은 현재보다는 조금만 더 무겁게 접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금은 마치 이혼을 권장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혼은 TV에서 보이는 것처럼 손바닥 뒤집듯이 결정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아직 신혼 애송이라서 그럴 수는 있지만, 결혼 후 내 삶은 너무나 행복하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기댈 곳이 있다는 것, 기쁨이든 슬픔이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이혼 콘텐츠에서 보여지는 것과 달리 결혼 후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많은 이들이 결혼해서 이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결사곡을 보고나니 절대 여자 문제만큼은 일으키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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