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겐 종교적인 힘이 있다
피곤해도 힘들진 않은 이유
회사를 다니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매우 고단한 일이다. 특히 양가 부모님이 근처에 계시지 않을 경우, 육아와 회사, 집안일을 온전히 부부가 나눠서 해야만 한다. 나의 경우엔 집안의 식사준비를 주로 담당하는데, 가족이 먹을 반찬을 계속 준비하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임을 느끼고 있다. 아기가 없을 땐 외식을 하거나 각자 식사를 하고 오는 식으로 가볍게 끼니 해결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아기가 어려서 밖에 나가서 먹기도 여의치 않고, 매일 배달음식을 산모에게 먹일 수도 없으니 반찬을 직접 만드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퇴근해서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한 뒤, 식사 후 내일 먹을 반찬을 만들고 나면 어느새 출근을 위해 잠에 들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매일 장을 볼 필요는 없지만 매번 똑같은 반찬을 하는 것도 밥을 하는 사람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는 법이라, 나름대로 최대한 다양하게 반찬을 만들면서 반찬이 쉬지 않을 양만 만들려다 보면 거의 이틀에 한번 꼴은 장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외에도 때때로 설거지와 청소, 빨래 (아기는 세탁할 게 정말 많다) 등 할 일이 켜켜이 쌓여있기 때문에, 별 하는 게 없는 것 같이 보여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자정이 넘어서도 어질러진 집안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또다시 새벽에 일어나 출근, 그리고 다시 퇴근하고 집안일. 쳇바퀴 같은 생활이 반복되면서 몸은 스쳐가는 바람에도 뼈가 시릴정도로 피곤하지만 반대로 정신은 말똥말똥하고 감정적으론 풍부해져 간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평안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사람들이 힘들지는 않은지 스트레스는 없는지 자주 묻긴 하는데, 오히려 나는 아기가 생기고 정신적으론 안정되었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고 오히려 스트레스 항목이 늘어나긴 했지만 예전보다는 더 견딜 만 해진 것 같다. 나는 이런 변화의 가장 큰 부분이 가정이 나의 새로운 종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세부적인 것들을 떠나서 가정과 종교에는 가장 큰 공통점이 하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현재의 고난이 더 큰 행복을 얻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천국은 영원하고 이생은 유한하기에, 영생의 행복을 위해 선행을 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생의 고난들은 충분히 견딜만하고 견뎌야 하는 일들이다. 마찬가지로 아기가 생긴 후에는 아기의 행복이 나의 목표인 삶으로 모든 게 바뀌게 되었다. 이전에는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들도 현재는 아기의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보니, 아기만 행복할 수 있다면 다른 기타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 되는 것이다.
Microsoft copilot desi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