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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는 책책책 Jun 04. 2024

책과삶3. 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

삶과 늙음, 병과 죽음, 생로병사 

‘아가야! 늙음은 너를 오랫동안 사랑하고 싶은 엄마의 노력이란다!'

이 문장을 보고 나도 모르게 책을 덮어 버렸다. 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았다. 


사랑하는 부모님의 부재,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진다. 내가 60대, 70대가 되어도 부모님의 부재는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일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지능적인 이유는 인간처럼 오랜 시간 자녀를 돌보는 동물들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태어나고 성인이 될 때까지 거의 20년 이상 엄마는 자녀를 먹이는 것부터 교육시키는 것까지 책임을 가지고 돌본다. 그리고 자녀가 결혼을 한다고 엄마 역할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젊었을 때는 아기를 키우는 애기 엄마, 늙었을 때도 자식만 바라보며 사는 엄마, 세상을 떠난 후에는 그리운 엄마가 될 뿐이다. 


자식이 장성하면 엄마는 늙는다. 

나는 아이가 커가는 걸 지켜보면서 행복함을 느끼다가도 나이가 들어버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요즘 차를 타고 조금만 외각으로 가면 눈에 띄게 요양병원이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외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가 계셔서 부쩍 잘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외할머니는 7남매를 낳으셨고 우리 엄마가 둘째다. 자식 시집 장가 보내고 혼자 시골에서 지내셨는데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돌보다가 치매증상이 더 심해지고 거동도 불편하시게 되면서 요양병원으로 가셨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요양병원은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설이 없을 때 이러한 책무를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맡았을 여자들의 힘듦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백세시대, 자연스럽게 노년의 삶이 늘어나고 있는데  삶과 늙음, 병과 죽음에 대해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가 특정 나이가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처럼 요양병원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연배가 있는 사람들이 가는 인생의 마지막 학교처럼 되지 않을까?


물론 지금도 요양병원에 대한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는 뉴스가 나오고, 늙고 병들어도 절대 요양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양병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은 점차 사라질 것이고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는 요양병원 한의사 가 10여 년간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그리고 또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되어 남편과 간병을 담당하면서 노인의 생로병사를 바라보면서 깨달은 삶과 늙음, 병듦과 죽음에 관한 인생 이야기가 들어있다. 

또한 주변 어디서든 봤을법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이 책의 저자는 ‘진정한 노후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든 시기부터 임종 직전까지의 기간’이라고 말한다. 또한 ‘늙는다는 건 젊은 날을 살아냈다는 증거’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어르신들은 젊은 날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삶의 길을 걸어오신 것이다. 


치매로 변해가는 외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노인이 되면서 다시 아기로 변해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생각났다. 노인으로 태어나서 아기가 돼서 생을 마감하는 영화와 치매 환자가 되어 아이의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게 큰 맥락으로 보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백 살의 왕언니 할머니가 한 청년에게 보낸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돈 버느라 성공하느라 너무 힘 빼지도 말고 

지금 이 순간 후회 없이 즐겨라.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매일 웃는 사람이 잘 산 것이여. 

그리고 백 살을 살고 되돌아보면 

누구나 인생이란 나그넷길과 같으니 

외로움도 고단함도 두려워하지 말거라. 


마지막에 웃는 사람보다 매일매일 웃는 사람이 잘 산 것이라는 말에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매일매일 웃자.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매일 웃는 사람이 되자. 



첫째 아이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둘째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힘겹게 끌고 가는 내 모습을 보고 어느 할머니가 "지금이 참 좋을 때야"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때는 육아로 너무 지쳐있었을 때라 그 말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빨리 내 아이들이 쑥쑥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던 거 같다. 그런데 그 의미를 알 거 같다. 

내가 만약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리고 딱 하나의 기억만 남게 된다면 딱 그 순간.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세계가 전부인. 그때라고 말할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삶과 늙음, 병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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