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거짓말, 로블록스 아이템이 뭐길래
나에게 절대 일어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겠지만 어쨌든 지금 나는 부글부글하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아마 수업 내내 엄청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 너도 이런 감정도 느껴 봐야지...)
슬슬 내 눈치를 본다.
"엄마에게 할 말 없어???"
"....."
"엄마 다 알고 있어. 솔직히 말해."
"................"
"엄마 다 알고 있다니까?"
" 흑..흑...흑.."
" 말 하라니까??!!!!...."
"엄마 미안해... 내가.....그랬어...
"얼마나 아이템이 갖고 싶길래 부모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사? 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로블록스 아이템이 너무 갖고 싶었어......"
"너 혹시 주변에 친구들이나 형이 아이템 사라고 부추기거나 누군가 네 아이템을 뺐거나 그랬니?"
"아니야.. 내가 사고 싶었어. 사고 싶어서 그랬어...
"너 어제 아이템 사러 나간 거 맞지? 그리고 예전에 그 친구가 줬다는 선물도 네가 산 거야?"
"응..사실...내가 샀어.......죄송합니다........."
"와 ... 너 진짜"
"흑흑흑.........."
이렇게 아이 훈육을 하면서 나의 철없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부모님께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학원을 빠지고 노래방에 간적이 있고, (아까운 학원비ㅜ 걸리진 않았다)
부모님께는 친구 만난다고 하고 이성친구와 몰래 롯데월드에 갔다(딱 걸렸다. 부모님들의 촉은 ㅠㅠ 이날 아빠에게 엄청 혼났다)
우리 부모님 나 때문에 참 많이 속상하셨겠구나.
부모가 되니 이렇게 부모님의 입장도 되어보는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앞으로 내 앞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펼쳐질까? 이제 나도 시작인 걸까?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래서 사람들이 자녀를 낳지 않는 건가? 그래서 속 썩이지 않는 강아지를 키우는 건가? 생각이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다.ㅎㅎ (훗날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머리가 아프다. 뒤통수를 제대로 한방 맞은 기분이다.
내가 너무나 잘 키웠다고 생각했던, 내 자랑거리인 아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니...
남편은 아이가 다시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훈육을 해야 한다고 거듭 내게 강조했다.
남편의 말이 맞다. 나 역시도 부모는 권위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머리도 커지고, 힘도 세질 텐데 부모로서 훈육을 강하게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뒷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에 제대로 혼쭐을 내서 다음에는 이런 생각을 못 하게 하자!
로블록스라는 게임이 뭐길래? 부모에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게임 아이템을 샀던 것일까?
로블록스 아이템 관련해서 검색해 보니, 지금 게임이라는 환경은 예전의 놀이터라고 생각을 해보면 물총이 있으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듯이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적절하게 구매하면 더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하지만 난 로블록스 게임에 대해 엄청나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이에게 로블록스라는 게임에 대해 물어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현질을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저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 한 계단씩 성실하게 올라가는데 옆에 누군가는 버스나 자가용이나, 스포츠카를 구매해서 더 빨리 가는 길을 선택한다면? 나도 좀 더 편하게 올라가고 싶지 않을까?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사서 옷을 사고 방을 꾸미고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의 게임세상에서도 내 아이템을 뽐내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유혹이 있을 것이다. (나도 부모님 졸라서 도토리를 구매했었다ㅎ)
아이가 쓰는 패드에서 로블록스에 들어가 보니 친구 등록이 70명이 되어있었다.
이 친구에게 새 아이템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뽐내고 싶었던 것일까?
내 아이는 눈물 쏙 빠지게 내게 혼이 났고.
퇴근한 아빠에게도 눈물 쏙 빠지게 혼이 났다.
식탁 위에 아이아 쓴 반성문이 놓여 있었다. 바로 읽는 게 싫어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렸다가 같이 읽었다.
남편은 다시는 아이가 로블록스라는 게임을 하지 못하게 계정을 없애버리자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누구나 한 번 실수를 할 수는 있고,
물론 부모에게 거짓말을 한 건 큰 잘못이지만
아이는 아이템은 너무 갖고 싶고, 부모는 절대 사주지 않을 거 같고.. 이 양극의 상황에서 갖고 싶은 욕망이 너무 커져서 거짓말을 했던 거라고.
결국..
아이는 100일 동안 로블록스 게임을 포함해 온라인 게임을 절대 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아이가 쓰던 패드는 9월 10일까지 우리 집 금고에 들어가 있기로 했다.
결론은 로블록스 회사에 5월에 12만 원을 쓰게 되었고, 나는 로블록스 회사를 너무 싫어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권유하고, 아이템을 구매하라고 유도하는 나쁜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블록스 회사 직원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그 게임을 하는 것을 허락할까?
왜 편의점에서도 게임 아이템을 팔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우리 가족은 이 사건은 이렇게 접기로 했다!
아이는 우리와 약속을 잘 지켰고,
9월 11일부터 패드를 사용할 수 있었고,
로블록스 게임은 아주 가끔 하는 거 같은데
지금까지 아이템을 사달라는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날 이후 극단적인 상황은 만들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부모님께 거짓말한 순간도,
부모님은 절대 허락해주지 않으실 거고,
나는 너무 하고 싶고 딱 이 상황이었다.
'내 부모님은 절대 학원에 빠지는 건 하락해주지 않을 것이다.'
'내 부모님은 절대 이성교제는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러니까 서로에게 좋은 선의의 거짓말을 하자!
내 아이도 아마 양극의 상황에서 거짓말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이가 만약 로블록스 아이템을 원한다면 새로운 미션을 줄 생각이다!
달성하면 나도 좋고, 아이도 좋을 그런 미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