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됨에 대해 생각해보기
“육아의 장면에 빈번히 등장하는 조연이 있다. 이웃에 사는 엄마, 아이 친구 엄마, 아이 엄마가 된 내 원래 친구들. 이름하여 ‘동료 엄마들’이라 하겠다. 동료 엄마들은 내게 동병상련의 위안을 주면서도 생각지 못한 순간에 뒤통수를 쳐서 손이 나가게 만드는 이중적 존재였다. 아이를 사이에 두고 만나는 ‘아이 엄마’라는 존재는 일단 나와 동등했다. 돈이 겁나게 많든 아니든, 환상적인 이목구비를 갖춘 미인이든 아니든, 직업명을 얘기하는 순간 부러움과 질투심을 자아내는 전문직 종사자이든 아니든 상대는 온갖 허르렛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어야 하는 신분의 엄마였다.”
-<엄마의 독서> 중에서-
“그게 아니었다. 우리 엄마 군단 모두 외롭게 혼자 분투하고 있었다. 수없이 투하되는 의무와 기대 사이를 누구는 직장을 다니며 전업주부라는 외피를 쓰고, 누구는 대표 엄마라는 직책을 맡으며, 어떻게는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위태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균열이 생기면 모두 엄마가 알아서 해야 했다. 무한한 책임이 투하되어 있었지만, 엄마라는 자리에는 책임의 무게에 맞게 당연히 수반되어야 할 권리나 규칙 혹은 상황에 따른 대처법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엄마라는 위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된 정식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직업이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은 많고, 그 일을 해내는 데 공식적인 직책이나 보수는 없으며, 다만 못 해낼 때 엄청난 비난이 따라올 뿐인 무겁고 희한한 자리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엄마들은 매 순간 혼자서 결정하고, 결과를 감내하고, 그러면서도 변함없이 엄마됨의 의무를 수행해야 했다.
- <엄마의 독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