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등교로 정신없어 할 때 무심코 내 핸드폰을 봤는데 구글에서 로블록스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는 내역을 보게 되었다.
두둥!!!
구글 페이, 로블록스 결제 문자
주문번호와 함께 주문 날짜, 금액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순간 뭐지?
구글 결제?
아이가 게임할 때 쓰는 패드에도, 내 핸드폰에도 결제 등록을 하지 않았는데 카드로 어떻게 결제가 된 거지?
스팸인가?
아니다. 스팸인 거 같지는 않다.
해킹인가?
바로 로블록스 게임을 좋아하는 첫째에게 물어봤다!
"너 어제 오후에 로블록스 게임했지? 딱 그 시간에 결제가 되었네? 너 혹시 어제 게임 아이템 구매했어?"
"아니, 난 결제 안 했어. 나 구매할 줄도 몰라. 난 아니야."
"너 아니면 누가 이런 결제를 해?"
"나 억울해 진짜 아니라고." 하면서 자기 패드를 가져와 보여준다. (사실, 내게 패드를 보여 줘도 모르겠다. 아이의 말을 믿고 싶어졌다. 설마 내 아이는 아닐꺼야. )
아이는 억울해하면서 엉엉 울었다.
"나 진짜 아니라고.. 억울해...엄마 나 못 믿어?"
울고 있는 아들을 보니 순간 내가 괜한 의심을 했나? 싶었다.
우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나 블로그에 검색을 해봤다.
아이들이 엄마 핸드폰으로 몰래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보였고, 48시간 이내 취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우선 취소할 수 있으면 취소를 해야겠다!"
우선, 학교에 가고 있는 첫째 아이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었고, 학교와 집 중간에서 만나기로 하고, 아이 핸드폰을 받아서 집으로 왔다.
자, 아이 핸드폰도 받았고, 내 핸드폰도 있다. 그럼 어제 결제가 어떻게 된 것일까?
결제 내역을 보니,
총 5월에 3만 원, 네 번이 결제가 되었다.
총 12만 원...
생각을 해보니...
5월 6일 3만원을 두 번 결제한 날짜는 아이와 남편이 편의점에 가서 구입한 시점이다.
아이가 게임 아이템을 너무나 갖고 싶어 해서 남편과 나의 허락 하에 어린이날 기념으로 3만 원권 아이템 두 개를 구입한 날이다.(아이에게 ebs 영어 독해 강의를 보게 했으며, 완료하면 50 대 50으로 구매를 허락한다고 했다.아빠 돈 3만 원 + 아이 돈 3만 원)
아이는 아이템 구입을 위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ebs 강의를 다 보았다. (목적이 있었던 거다. 그 뒤로는 한번도 안 본다. ㅎㅎㅎ )
아이템으로 6만 원이라는 거금을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아이에게 이걸 마지막으로 2024년에는 더 이상 아이템을 사줄 수 없다고 충분히 말했고, 아이도 동의했다.
5월 14일 결제 건은 아이의 영어 학원 친구가 지난 생일을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며 로블록스 게임 아이템 3만 원권을 선물한 날이다.
주문 날짜를 보니 딱 아이가 집에서 아이템을 등록했을 때 즈음이다.
사실, 두 달이나 지난 친구를 굳이 선물을 선물을 챙겨준다길래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 아이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또 아이가 선물 받기 전 몇 번 내게 영어 학원 친구가 큰 선물을 준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나름 치밀했다ㅜ) 나는 내 아이 말을 믿었다.
사실 남편은 계속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초등 4학년 아이가 어떻게 3만 원 권 아이템을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냐며 내게 확인해 보라고 했지만 난 내 아이가 영어 학원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었고, 또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었기 때문에 믿었고, 남편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것도 선물 받은 게 아닐 수 있구나! 싶었다.
본인이 아이템을 구매해서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고 한 거라면?
앗!!!!
충격이다! ㅜㅜ
와.. 진짜 아이 키우기 힘들구나.. 이제 시작인가?
(순간 이런 마음이 들었던 거 같다. 난 내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있다고 믿었는데. 발등 엄청 세게 찍힌 기분이 이런 건가?)
정신 차리고 어제 아이템 구입 시간을 보니
혼자 산책 간다고 말했던 그 시간이다. 비도 보슬보슬 왔는데도 아이는 산책을 간다며 혼자 나갔다.
혹시나 해서 아이 가방을 보니..
2만 원.... 이 들어있다.
만 원짜리 두 장
확실하다!
자신의 돈 5만 원을 들고 가서 3만 원 아이템을 사서, 2만 원을 거슬러 온 것이다.
아이는 게임 아이템은 너무 사고 싶고,
엄마 아빠한테는 절대로 씨알도 안 먹힐 거 같으니 이런 방법을 택한 거 같다.
부글부글 부글부글.......
남편과 나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내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니..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게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략 얼마큼의 시간을 허용할지, 그리고 게임 아이템을 원하면 어느 정도 선에서 사줘야 할지..
사실 나는 게임에 대해 엄청나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고, (도대체 게임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게임 중독 아이들을 티브이에서 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는 게임을 허용하고 있다곳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어릴 적 테트리스 게임을 했던 것처럼 지금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게임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일방적으로 무조건 못하게 하기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어느 정도는 허용해 줘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는 일정 게임시간을 얻자,
그 위 단계인 아이템을 무척 갖고 싶어 했고.
아이템을 갖자,
더 더 좋은 아이템을 갖고 싶어 했다.
3만 원..
3만 원..
3만 원..
3만 원..
5월에만 12만 원이다!
3월 생일에 2만 원 정도를 처음 구매했을 당시만 해도 이렇게 계속 아이템을 원할 줄은 몰랐다.
3월에 아이 생일 기념으로 첫 아이템을 사줬는데..
시작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황당하고 머리가 아펐다.
이런 일을 처음 겪다 보니 어떻게 혼을 내야 할지 감이 안잡혔다.
남편은 지금 초반에 아이를 확 잡아놓지 않는다면 아이가 머리가 크고 몸도 커지만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며
크게 혼을 내야 된다고 했고,
나는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짜증이 났고, 내 소중한 아침시간이 이런 일로 없어지고 있는게 싫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