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서사로 이뤄지지 않는다. 두서없이 늘어지고, 소용돌이치며 대개 연속성조차 없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다만 삶, 그 자체가 된다.
성취나 행복, 진실 같은 것들은 이러한 삶을 통과하기 위한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되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대단한 비극도 눈부신 희극도 아니다.
그저 시간이며 그 시간을 밀고 나가는 매일의 지속이다.
그러니 당부하고 싶다.
그 무엇도 견디지 말라고.
삶은 견뎌내야 할 무언가가 아니다. 삶은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있음은 생명을 품고 있고, 생명은 사랑을 창조하는 근원이다.
살아감의 매일은 극적이기보단 정적이다.
우리는 모두 구조가 있고, 사건이 있으며, 결말이 있는 삶을 바라지만 현실의 삶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계속된다.
해결되지 않은 감정, 끝나지 않은 일들,
말하지 못한 말, 떠나보내지 못한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우리 삶의 일부로 남는다.
그리고 그 사실이야말로. '미완’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지 않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숨 쉬고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정리는 인식의 욕망일 뿐 삶은 언제나 흐름 속에 있다.
어쩌면 삶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을 같은 하루로 살지 않을 자유를 지닌다.
그 자유는 대단한 사건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 눈과 몸과 감각으로 오늘을 재창조해내는 능동성에서 비롯된다.
큰 무언가일 필요는 없다. 조르바는 굴러가는 돌멩이 하나를 보고도 그 돌이 다시 생명을 얻었다며 기뻐했다.
이건 소박함을 찬양하자는 말이 아니다. 모든 것에 만족하라는 패배자의 미학도 아니다. 오히려 그 단조롭고 반복되는 오늘을 기꺼이 끌어안고, 힘껏 저항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다름 아닌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라는 진실. 여전히 내가 돌을 굴려야 한다는 기꺼이 그 돌을 또 올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같은 하루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