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 <새벽의 모든>을 봤다.
영화를 보고 남은 인상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당신을 위로하고 싶어.”
따뜻한 장면으로 혹은 직접적인 대사로.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것만 같았다.
마음 한켠 몽글해지는 장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몽글함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좀 더 엉뚱한 계기다.
주인공들은 어린이용 과학 키트를 만드는 회사 ‘쿠리타 과학’에서 일한다.
그들은 우연히 창고에서 오래된 녹음테이프를 발견한다.
테이프 속 목소리는 천체투영관의 옛 해설자이자 사장님의 친동생이 살아 생전에 남긴 것이었다.
그는 말한다.
“태양이 서쪽으로 지고 밤이 찾아왔습니다… 라고들 하는데 틀렸습니다.
태양은 안 움직입니다. 중요한 거니 한 번 더 말하죠. 태양은 안 움직입니다.
움직이는 건 지구예요. 그런데 태양이 진다니, 너무 자기중심적이잖아요. 내가 태양이었으면 화냈을 거예요.”
그리고 쨔잔. 이거였다. 계기가.
우습게도 나는 이 지나가는 장면 속 해설 문장 하나에 오래 잡혔다.
‘태양은 안 움직입니다.’
감독이 이 대사에 어떤 특별한 의도를 담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겐 멍청해질 권리가 있음으로 내게 이 문장은 단순한 과학적 지식이 아닌 삶을 바라보는 감각의 전환으로 다가왔다.
새삼스럽게 “그렇네” 중얼거렸다.
그렇다.
태양은 그저 제자리에 있다.
낮과 밤을 만들어내는 건 지구의 능동적인 자전이다.
빛과 어둠은 내가 속한 세계가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이 단순한 사실은 무력하게 맞이해야 했던 새벽에 대한 나의 인상을 반전시켰다.
‘정지해 있다’는 감각에서 비롯되는 무기력은 지구가 시속 1,670km로 자전함과 동시에 깨져버렸고
실제로 누구도, 아무것도 정지 할 수 없다는 과학적인 사실은.
내가 살아있는 한 이 우주에서 정지는 환상일 뿐이라는 고백을 들려줬다.
나와 무관한 밤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준비되길 기다려준 적도 없으니 이제와서 다를 건 없다.
살아 있는 한 끝없이 찾아올 빛과 어둠은 결국 내가 선택한 의지다.
그러니 당신도 나도 지구도 생각보다 무력하지 않다.
영화는 이과식 위로를 전한다.
'시속 1,700km로 지구가 자전하는 한은 밤이나 아침이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지구가 시속 11만km로 공전하는 한 같은 밤이나 같은 아침은 존재하기 힘들다
지금 여기에만 있는 어둠과 빛
모든 것은 계속 변한다
하나의 과학적 진실
기쁨으로 가득찬 날도 슬픔에 잠긴 날도 지구가 움직이는 한 반드시 끝난다
그리고 새로운 새벽이 찾아오는 것이다'
퍽 외롭고 따뜻한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