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말 테야

by 영일이

첫 주자를 누구로 해야 할까, 고민한다.
많은 이들의 얼굴이—아니, 이름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 이름들을 하나같이 손길로 쓸어보지만
손목을 잡아끄는 존재는 없다.

연인, 가족, 친구, 동기.
수많은 관계들, 그 엉킴과 반복 속에서
나는 넘치게 사랑받았고,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그러다 암암리에
내 앞에 이 존재가, 이 낯선 타인이
자신의 마음을 건네는구나—
사랑을 주는구나—
라고 느낄 때가 있다.

내 눈앞에서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 보여주는 기분.
세차게 뛰는 박동에
나까지 덩달아 얼굴에 열이 오르는 순간.

“넌 날 울리는데 성공했고,
그건 엄청난 거야.”
젖은 빨간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마리오.

“이름 바꿔줄까?”
촉촉한 목소리로
내 두 손을 그리며 조그맣게 무너지던 엄마.

“왜 잘해주세요?”
그 질문에
“네가 그걸 물었기 때문이야.”
라고 답했던 사케 사장님.

매주 일을 걸러 나가는데도
“일 잘 보고 와.”
말해주는 펍 사장님.

지하철에서
커피가 가득 든 텀블러를 쏟았을 때,
말없이 휴지를 건네준 낯선 승객.

알코올 의존이 심해지던 시절,
아무 말 없이 냉장고를 초록병으로 채워두고 떠났던 동기.

벤치에 나란히 앉아 햇살을 쐬던
할머니들의 동그란 어깨, 굽은 등,
곱슬거리는 머릿결.
부드러운 곡선들.

누군가
나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꺼내 보이는 경험은
실로 위로가 된다.

외롭지 않고,
내가 선한 이로 살아가게 한다.
다시, 선한 길 위에 서게 한다.

그래서 나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이가 되고 싶다.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거대한 사랑이
지구 몇십 바퀴를 돌고,
거대하고 공허한 우주 전역을 돌아도
그 따스함이 남아
누군가의 새벽 창을 두드릴 수 있기를.

비처럼,
조용히 씻어내릴 수 있기를.

나는
더 많이 미소 짓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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