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또 다른 오늘
오늘이란 삶을 마주하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오늘이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은 오늘이다. 그래서 언제나 잠에서 깨어나 바라보는 세상은 색을 달리한다. 오늘의 색은 또 어떤 색으로 입혀질지 삶을 보듬는 나의 자세와 마음가짐에서 달라질 것이다. 습기도 머금지 않은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피부에 와닿는다. 이런 게 생기의 기운이겠지. 어제의 무더웠던 기온은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이른 아침의 공기는 어느덧 다가오는 가을 준비를 하나 보다.
참으로 개운한 오늘이다.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몸 깊숙이 호흡하며 산책로를 따라 남편과 나란히 길을 나선다. 산책 동무가 있어서 발걸음도 더 가벼운지 모르겠다.
난 오늘 행복한 시작을 하며 문득 그날의 나를 떠 올려본다.
매서운 겨울 한복판에 서 있던 시간, 몸을 반듯하게 유지하며 누워있어야 했던 난 나 자신이 동면하는 곰이 된 건 아닌가 하는 착각도 했다.
‘언제쯤 이 상태를 끝낼 수 있으려나?’
답답한 마음이 일기도 했으나 시간이 약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다리까지 타고 내려간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거듭될수록 다잡던 마음에 금이 갈까 봐 난 나 자신이 몹시 두려웠다. 골절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신경에 영향을 주어 다리까지 반응하다니, 통증이 동반될 때마다 내 몸 하나하나 이루고 있는 조직들이 얼마나 밀접하게 유기적 기능을 하는지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심한 통증이 밀려오면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깊은 수심으로 가라앉는 내면을 발견할 때도 많았다.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고 한숨이 아닌 깊은 호흡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러면 통증도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도 받게 되었는데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난 그럴 때면 어지러운 생각들을 멀리하기 위해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럴수록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였고 하루를 잘 버틸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그림이었기에 더욱 집중하여 매진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 권 두 권 그렇게 스케치북 수가 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