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를 걷는다
오월의 남도 봄이 가득하다
흐드러진 동백의 보라색 꽃잎
길 위를 흐르던 핏빛은 마르고
이제는 아픔을 잊고 살아간다
발 아래 남은 절규는 글이 되었다
소년이 지나간다
말 없는 그의 눈 빛이 아련하다
이제는 누구도 울지 않는 밤거리
등나무 넌출 늘어진 네온사인
내 그림자 위에 누운 소년의 자취
그러나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불현듯 눈물이 터진다
멀리 가버린 누이가, 형이, 오빠가
지나간 소년을 뒤에서 돌아본다
하얀 베옷 걸친 좁다란 그 어께에
가볍게 안겨 내 두팔을 두른다
소년이 누이가 형이 오빠가 웃는다
남도의 밤 길위에
말라 지워진 핏자국 위에
소년의 그림자 위에
나의 발자국 위에
같은 곳을 나란히 걷는다
이제야 나도 눈물 없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