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그 길에

by 곰탱구리

남도를 걷는다


오월의 남도 봄이 가득하다

흐드러진 동백의 보라색 꽃잎

길 위를 흐르던 핏빛은 마르고

이제는 아픔을 잊고 살아간다

발 아래 남은 절규는 글이 되었다


소년이 지나간다


말 없는 그의 눈 빛이 아련하다

이제는 누구도 울지 않는 밤거리

등나무 넌출 늘어진 네온사인

내 그림자 위에 누운 소년의 자취

그러나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불현듯 눈물이 터진다


멀리 가버린 누이가, 형이, 오빠가

지나간 소년을 뒤에서 돌아본다

하얀 베옷 걸친 좁다란 그 어께에

가볍게 안겨 내 두팔을 두른다

소년이 누이가 형이 오빠가 웃는다


남도의 밤 길위에

말라 지워진 핏자국 위에

소년의 그림자 위에

나의 발자국 위에

같은 곳을 나란히 걷는다

이제야 나도 눈물 없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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