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들어보는 클래식 28
이 라데츠기 행진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작곡하여 요제프 라데츠키 장군에게 헌정한 곡으로 1848년 8월 31일 빈에서 초연되었다. 이 곡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정치적 성향이 잘 드러나고 있다. 본래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오스트리아 황실인 합스부르크 가문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당연히 보수 성향의 왕당파로 활동하였다. 1848년 빈 체제를 무너뜨린 3월 혁명 당시에 정부군의 사기 앙양을 위해 이 곡을 쓰기 시작하였고, 곡명을 '라데츠키'로 한 것도 요제프 라데츠키가 제1차 이탈리아 통일 전쟁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군을 이끌고 이탈리아 반도 롬바르디아에서 피에몬테 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것을 기림으로서 오스트리아에 대한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들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당시 공화주의-자유주의 성향이 강해서 이러한 아버지의 행동을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이 곡의 초연 당시 페르디난트 1세가 크게 감명받은 나머지 기립박수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3번이나 앙코르 요청을 받을 정도로 대성공을 이루었다. 한때 공화주의자들이나 자유주의자들은 이 곡을 대단히 싫어했지만, 이후 정치적 성향을 떠나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곡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에는 행진곡뿐만 아니라 그 자체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 때문에 축하나 파티에 사용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의 상징과도 같은 곡으로, 오스트리아군의 행사 때마다 연주되었다. 한편 현재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칠레군 열병식에서도 연주된다. 열병식의 시작과 함께 군악 의장대 행진 시 최초로 연주되는 곡이다. 그러나 라데츠키 장군이 이탈리아 통일을 주도한 이탈리아 혁명군을 무찌르고 베네치아와 롬바르디아의 독립운동을 탄압한 인물이다 보니, 이탈리아인들에게 반감을 사고 있으며 그의 업적을 기념하는 본 곡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때문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에서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지 않고 대신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가 집필한 나부코의 대목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연주되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오스트리아의 경음악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요제프 슈트라우스,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의 아버지이다. 왈츠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초기 빈 왈츠의 확립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빈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인 부모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일곱 살 때 어머니가 열병으로 죽고 열두 살에는 아버지가 도나우 강에서 익사하는 바람에 고아가 되고 말았다. 이웃집 재단사가 그를 양자로 키워졌다. 당대에는 라너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유명 음악인이었지만, 장남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성공적인 데뷔와 나머지 아들들의 가세로 인해 유명세가 묻히고 말았다. 심지어 '왈츠의 아버지'라는 별명에 수긍하면서도 "그런데 유명한 왈츠로 어떤 곡이 있죠?" 하고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오늘날 그의 작품 중에 후세의 기억에 남은 것은 이 곡 라데츠키 행진곡뿐이다.
음악적으로 봐도 자식들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면모에 비해 다소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이는 온당한 평가라고 보기 힘든데, 슈트라우스가 베토벤과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등과 동시대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때까지도 왈츠는 고전 시대와 초기 낭만 시대에 어정쩡하게 걸려있던 발전 단계에 위치한 춤이자 춤곡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품 수준이었던 왈츠의 모양새를 말쑥하게 다듬고, 서주와 후주를 붙이거나 형식을 확대하는 등의 업적을 수행한 것만으로도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업적은 업적이고 인기는 인기인데, 실제로 빈 필의 신년음악회 같은 무대에서 선곡 빈도를 따져봐도 인기는 많이 떨어진다. 그나마 최고의 인기작인 '라데츠키 행진곡'은 고정 앙코르곡으로 정립되어 절대 빠지지 않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많아야 두세 곡, 심할 때는 아예 한 곡도 없는 경우까지 있다.
행진곡이란 문자 그대로 행진을 위해 작곡되는 음악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군대를 비롯한 여러 인원이 모인 집단을 획일적으로 걷게 하기 위해 작곡된 곡들을 모두 칭할 수 있다. 기원은 대단히 오래되었는데,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게 되면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다고도 볼 수 있다. 바빌로니아 유적의 벽화 중에는 궁전 등 대규모 건축물을 짓는 장면에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이 같이 그려져 있고, 그리스 등 다른 문명의 유적에서도 여러 집단의 인물들이 등장해 행진하는 장면에서 음악가를 그려 넣고 있다. 악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그 해독 방법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탓에 당시 어떤 음악이 연주되었는지 알 길은 거의 없지만, 이것도 행진곡 연주 풍경을 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군악 외에 서양 세속음악에도 행진곡이 도입된 것은 대략 르네상스 시대로 여겨지는데, 장-바티스트 루실의 오페라에서 그 쓰임새를 볼 수 있다. 무대작품 외에 순수 기악에서도 군사적인 메시지를 전하거나 할 때 종종 쓰였는데,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1번 마지막 악장의 '터키 행진곡(원래 표기는 터키풍 론도 Rondo alla turca)'이 가장 유명한 사례다. 고전낭만파 시대에는 딱히 군대용이 아니더라도, 세레나데 연주 직전이나 직후에 일종의 인트로/아우트로 식으로 행진곡을 짜 맞추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리고 연주회용으로 행진곡이 작곡되기도 했는데, 슈베르트의 피아노곡 '군대 행진곡' 등이 있다. 근현대에 와서도 자주 작곡되고 있는데, 여전히 군악대용으로 작곡되는 곡들이 있는 반면 연주회용으로 작곡되는 곡도 있고, 획일적인 군대 문화를 조롱하거나 이런저런 시위/집회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작곡되는 반어적/사회참여적인 곡들도 있다. 한국에서 흔히 민중가요의 대표곡으로 언급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후자에 속한다. [출처 : 나무위키]
시작부터 폭풍처럼 멜로디가 터져 나온다. 다수의 관악기들이 목청을 높이고 그 뒤를 현악기들이 깊게 받쳐주며 무지막지한 타악기가 관중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내며 가볍게 오선지 위를 뛰어다닌다. 이 곡을 들으면 의례적으로 박수가 터져 나온다. 마치 2002년도에 누군가 "대~한 민국"하고 외치면 무조건 반사로 "짝! 짝! 짝! 짝짝!"하고 박수를 치던 것과 다르지 않다. 행진곡은 군대에서 사기 진작을 위해 만들어진 덕분에 침울하거나 서정적인 행진곡은 거의 없다(물론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매우 우울하면서 분노와 의지를 불타게 만드는 행진곡도 있기는 하다). 그 태생적인 특성 때문에 대부분 경쾌하고 때론 장엄하다. 장엄한 베르디의 개선행진곡, 행복함이 만땅으로 가득한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스월드의 발걸음 아래 퍼지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0cm 크기의 작은 인형 병정의 귀여움이 듬쁙 묻어있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의 행진곡 등 많은 행진곡이 저마다의 색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다.
이곡을 들으면 몸이 무의식적으로 손뼉을 치고 어깨와 발이 절로 춤을 추게 된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발과 고개를 중풍 환자처럼 떨게 된다. 물론 귀로 들어오는 신명이 뇌를 거쳐 몸속에서만 있기에는 너무도 비좁기 때문에 그런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비록 2분 40초 정도의 짧은 행진곡임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신명에 온몸의 힘이 쪽 빠져나갈 정도로 춤을 추게 된다. 물론 이 애매한 몸짓을 춤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은 나 혼자만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뭐 어떻겠는가?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만이지.
이 곡 속에는 어린 아이들의 기쁨 넘치는 가벼운 발걸음이 들어있다. 5월 5일!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푸른 하늘이 나를 향해 밝게 웃어주는 6살의 어린이날이었다.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리 부자도 아니었던 어린 시절. 그전까지는 늘 머리맡에 놓여있는 작은 종합선물 Set가 내가 누릴 수 있는 어린이날 최고의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날도 역시 잠에서 깨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나 허전한 공간만이 허우적거리는 손을 미안한 표정으로 맞이해주고 있었다. 놀람과 경악! 그리고 밀려오는 슬픔이 잠에 취해 골골거리던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혹시 머리맡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지? 아버지가 어제 늦게까지 일 하셔서 아직 못하온 것은 아닐지? 나를 놀려주시려고 어머니가 이불 밑에 감추어놓은 것은 아닐지? 어린 마음에 조바심을 견디지 못하고 이불속부터 시작하여 온 방안을 다 헤집고 다녔다. 그러나 없었다. 어디에도 어린이날 선물이 보이지 않았다.
불만으로 앞으로 툭 튀어나온 주둥이를 좌우로 삐죽거리며 가게 쪽 문을 열고 엄마부터 찾았다. 나를 발견한 엄마가 커다란 종합선물 Set를 손 뒤에 감추고 얼른 나타나기를 절실히 기원하며 대답 없는 엄마를 신경질적으로 불러댔다. "엄마! 엄마! 엄마!" 세 번이 넘어가자 목소리에 울음이 담기기 시작하였다. 짜증과 설음이 가득 담긴 울먹임이었다. 잠시 멈췄다가 또 다시 엄마를 찾는 애닮픈 목소리가 절규처럼 빈 방을 울려 퍼졌다. 그때 가게 정문이 벌컥 열리며 "왜? 왜? 네 엄마 어디 도망이라도 갔냐?"하고 웃음기 띤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의 손에는 커다란 시장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엄마는 아침부터 시장에 다녀오신 것이었다.
괜히 멋쩍은 마음에 "어디 갔다 왔어" 하며 툴툴 거렸다. 물론 엄마가 어디 갔다 왔는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몰래 감춰놓은 내 종합선물 Set를 내놓으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끝까지 방글방글 웃는 얼굴로 나를 놀릴 뿐 내 정당한 권리를 무참히 짓밟으셨다.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력한 저항은, 휴! 슬프게도 빼액하고 소리 지르며 우는 것뿐이었다. 방에 사지를 벌리고 누워서 발버둥 치며 울어 재끼는 나를 보면서 어머니는 가만히 웃기만 하셨다. 잠시 후에 들어오신 아버지가 크게 웃으시며 나를 들어 올려 귀에 소곤거리며 진실을 말씀해 주시기 않았다면 아마도 하루 종일 그러고 있지 않았을까?
아버지가 내게 들여주신 "오늘 서울에 있는 어린이 대공원에 갈 거야"라는 한 마디는 마법사의 요술같이 내 귀를 통해 온몸을 관통해 버렸다. 그 시대에 유일하게 존재했던 어린이 대공원. 인천에 자유공원이라는 놀이기구가 있는 공원이 있기는 했지만 규모 면에서 비교하자면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마법의 나라와 같은 곳이었다. 시장에서 사 온 여러 가지 재료로 김밥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고 아버지는 포장된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를 정성껏 가방에 넣고 계셨다. 당시에는 양념통닭도 프라이드치킨도 없었다. 그저 전기로 통째로 구워주는 지금의 옛날 통닭이 가장 최고의 외식 메뉴였던 시절이었기에 나의 가슴은 터져나갈 듯이 행복했다. 당시에는 전철이 없었기에, 통일호 기차를 타에 몸을 싣고 3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나는 기차멀미에 몸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정문에 도착하자 마자 내 눈에 보인 어린이 대공원은 해리포터가 살고 있고 피터팬이 웬디와 날아다니는 꿈과 마술의 나라였다.
이 곡을 들으면 그날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방방 뛰며 어린이 대공원 정문을 들어가던 행복한 나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 곡은 전쟁을 위해 나가는 긴장되고 가슴조이는 군인들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군인들을 위한 행진곡처럼 느껴진다. 특히 어린 나이에 무작위로 선발되어 끌려나갔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된 소년병의 밝고 행복한 발걸음 소리가 선율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기쁘다. 안심이다. 즐겁다. 보고 싶다. 빨리 가고 싶다. 달려가고 싶다. 이런 모든 종류의 감정이 바이올린에, 플루트에 공명되어 사방으로 퍼진다. 그 공명에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더 하여 손뼉을 치고 어깨를 흔들고 발을 구른다. 개인적으로 행진곡 중에 가장 즐겁고 흥겨운 행진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온난화니 뭐니 기후는 날이갈 수록 공포감을 더해 간다. 경제는 매년 한 번도 전년도보다 좋아진 적이 없다. 사람들 간에는 점점 정이 없어지고 삭막해져 간다. 몸은 하루하루 늙어갈수록 약해져 간다. 힘든 것만 생각하면 기운이 쪽 빠진다. 어깨가 떨구어져 올라올 줄을 모른다. 한숨이 그냥 숨 쉬는 횟수보다 점점 많아져 간다. 그렇게 맥빠지는 생각으로 지치고 힘들어 쓰러지고 싶은 날에 이 곡을 듣자. 깡총깡총 뛰며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어린이들을 상상해 보자. 웃으며 손뼉 치고 비록 조금 삐걱거리려도 흥겹게 어깨춤을 출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다시 웃고 나아갈 수 있는 힘과 활력을 줄 것이다.
https://youtu.be/0rQTe4Nu0nI?si=fYf8eXb3BaA9rN4_ 라데츠키 행진곡 - 요한 슈트라우스 Radetzky Marsch - Johann Strauss [출처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