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들어보는 클래식 26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 [겨울 나그네]와 함께 슈베르트 3대 가곡집의 하나인 [백조의 노래]에 수록된 14개의 곡 중 4번째 곡으로 가장 유명한 곡 중의 하나이다. [백조의 노래]는 슈베르트가 사망한 지 반년이 지난 1829년 5월에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1818년 8월에 작곡한 13곡의 리트(독일 가곡의 한 종류)와 10월에 들어 작곡되어 생의 마지막 곡으로 추정되는 '비둘기 전령'까지 총 14곡을 묶어 빈의 악보 출판업자인 '하슬링거'가 발표한 것이다. 이 [백조의 노래]의 시는 렐시타프의 시가 7곡, 하이네의 시가 6곡, 자이들의 시가 1곡 등으로 유명한 시인의 시를 가사로 작곡되었다.
연작 가곡으로 일관된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14곡 어느 곡이나 최고의 리트 작가였던 슈베르트의 최상의 경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의 리트가 가진 모든 가능성이 주옥과 같이 밝게 빛나고 있다. 백조는 죽음 직전에만 운다는 전설에 의거해서 이름 붙여진 [백조의 노래]라는 속칭도 이 유작집에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물론 백조는 잘 안 울어서 그렇지 울긴 하므로 근거 없는 전설일 뿐이다. 17세기에 지어진 라퐁텐 우화 중 <백조와 거위>에서도 먹기 위해 기른 거위와 바뀌어 죽을 위기에 처한 백조가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탈리아어 '세레나데(serenade)'는 '저녁(sera, serus)의 음악'이라는 뜻이다. 즉 해가 진 뒤에 연주되는 다양한 음악을 가리키는 명칭인 것이다.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의 노래'가 세레나데의 일반적인 예지만, 반드시 가사가 있는 음악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기악 앙상블 세레나데도 있다. '맑게 갠'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세레노(sereno)'를 어원으로 보기도 한다. '슈텐트혠(Ständchen)'이라고 불리는 이 세레나데는 19세기 독일 시인 루트비히 렐슈타프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것입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프란츠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며, ‘가곡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가곡들을 작곡했다.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으며 시대적으로 바흐 - 모차르트 - 베토벤의 계보를 잇는,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음악가이다. 오스트리아 빈 교외의 리히텐탈에서 초등학교 교장인 프란츠 테오도어 슈베르트의 9남 7여 중 13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생애는 가난하고 매우 고달팠다. 음식을 살 때 밤에 떨이로 파는 음식(소금을 뿌려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을 사서 먹을 정도로 가난했다고 전해진다. 요즘으로 치자면 저녁 늦게 대형 할인마트에 가서 유통기한 임박한 음식들을 사 먹는 셈. 그의 모습이 퉁퉁 부은듯한 것도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슈베르트는 경제적 어려움과 인정받지 못하는 불우함 가운데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작곡했다. 이 해에 그는 평소 가장 존경하던 베토벤이 죽기 1주일 전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때 자신이 작곡한 작품 중 몇 곡의 악보를 베토벤에게 소개하자 베토벤은 그의 음악에 크게 감탄했다고 한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자신의 우상이 병들고 초라해진 모습에 더 일찍 베토벤을 만나러 오지 못한 것을 많이 후회해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베토벤과의 만남을 끝내고 말았다. 이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는 베토벤에 대한 에피소드에도 자주 소개되곤 한다. 바로 1주일 뒤에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자 슈베르트는 크게 슬퍼했고, 베토벤의 관을 운구하는 음악가들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31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슈베르트의 병명은 티푸스, 매독, 식중독 등 설들이 다양한데, 확실히 밝혀진 건 없다.
이곡은 잔잔한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로 시작한다. 피아노 반주의 아르페지오가 곡 전체를 이끌고 있으며 현악 연주로도 연주되기도 한다. 주로 G단조로 이루어진 이 곡은 소소한 슬픔과 잔잔한 그리움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또한 중간부에 G장조로의 전환을 통해 희망적이고 밝은 감정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슈베르트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노래를 작곡하며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내었다.
슬픔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는 이 곡을 들으며 나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연인의 얼굴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부드럽게 건반을 누르는 아르페지오의 피아노 소리가 시작을 알리면 매우 조심스럽게 현을 당기고 미는 바이올린 소리가 화답한다. 바이올린은 현이 절대 끝까지 왕복하지 않게 절제된 연주를 펼친다. 의도적으로 현의 3/4만을 이용하여 음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연주한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늘어져 축 처지는 음이 아님에도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힘주어 끝까지 누르거나 켜지 않는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히 배려하듯 한 음마다 손 끝의 힘을 빼고 부드럽게 터치한다. 홀로 치고 나가며 연주하지 않고 청중들이 편하게 따라올 수 있도록 차분하게 기다려 준다. 길을 걸어가며 사랑하는 여인을 길 안쪽으로 세우고 한 손을 내밀어 다정하게 붙잡아 준다. 여인의 발걸음에 맞추기 위하여 자신의 보폭을 의도적으로 반으로 줄여 걷는다. 한 음정, 한 선율마다 배려가 가득 배어있다.
베토벤의 운명에 대한 강력한 도전도, 파가니니의 미친 듯한 열정도 없다. 드보르작이나 차이콥스키의 신세계에 대한 환희도 없다. 타레가의 알함브라의 궁전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과 포근함이 담겨 있다. 조금 다른 차이가 있다면 좀 더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고 할까? 알함브라의 궁전은 황량한 알래스카의 얼음궁전 혹은 황혼에 물드는 붉은 멕시코의 황야에 세워진 궁전이 떠 오른다. 그 속에 따스한 모닥불 앞에서 누운 연인의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반면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이 떠오른다. 베르사유 궁전의 가장 화려한, 사방이 연한 하늘색 계열 혹은 은은한 베이지 색 계열의 벽으로 둘러싸인 방, 그리고 사방에 빛을 분산시키는 아름다운 샹들리에 아래 커다란 벽난로가 따스하게 타오른다. 그 앞에는 티끌 한 점 없는 화이트 색의 커다란 침대에 눈 보다 하얀 베개와 파 묻힐 것처럼 포근한 이불속에 두 명의 남녀가 누워있다. 여인은 남자의 굵은 팔을 베고 누워 남자의 얼굴을 살포시 올려다본다. 두 눈을 살짝 감은 남자는 여자가 베고 있는 팔을 당겨 여자를 감싸 안으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과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천장을 쳐다보며 슬며시 피어나는 남자의 미소는 남자를 한 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여자의 그것과 서로 닮아있다.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의 가슴속에는 프랑스의 어떤 왕도 누릴 수 없었던 가장 부유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부자들의 사랑이 그토록 부드럽고 섬세하지는 못하다. 가난한 자의 사랑이 저렇게 고급스럽고 화사하기 또한 어렵다. 그렇기에 슈베르트의 가슴을 채우고 있는 가난한 삶 속에서 피어난 부유한 사랑은 지극히 아름답고 황홀하게 느껴진다. 손톱에 긁히기는 않을까? 내 거친 손길에 작은 상처가 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만지는 손길이 건반에서 혹은 바이올린 현에서 나오는 소리 꿀처럼 골고루 묻어있다. 저런 고백을 받는다면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이 들어갈수록 사랑이 단어가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비어진 가슴은 그리움과 추억이라는 애잔한 감정들이 조금씩 공간을 점령한다. 사람도 어려워지는 나이에 사랑은 무슨 이라는 패배감 혹은 자괴감에 서글픔 마저 생긴다. 그러나 이 곡을 듣는 그 시간만큼은 나를 젊은 날로 데려가 가져보고 싶었던 부유한 사랑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행복함을 선사한다. 물질적 부유함이 아니다. 섬세하고 부드럽게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그런 부유한 마음의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 부유한 사랑을 받고 싶다. 만화나 소설에서 처럼 과거로 돌아가거나 다른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다면 정말 죽을힘을 다하여 이러한 사랑을 쟁취할 것이다.
'살아보니 별 것 없더라. 사랑이 제일 이더라. 믿음과 사랑과 소망 중에 그중에 사랑이 제일이라.'
https://youtu.be/YG4E1X93ppo?si=--vMzvDSZsvukH9i 슈베르트 - 세레나데 | Schubert [Serenade D.957, No.4] 첼로 원지혜 [출처 : 유큐브]
참고로 아래는 이 곡을 슈베르트가 보고 악상이 떠올라 계산서 뒷면에 그려진 오선지에 단숨에 작곡했다는 렐슈타프의 시입니다.
명랑한 저 달빛 아래 들리는 소리
무슨 비밀이 여기 있어 소근 거리나
만날 언약 맺은 우리 달 밝은 오늘 달 밝은 오늘
우리 서로 잠시라도 잊지 못하여 잊지 못하여
수풀 사이 덮인 곳에 따뜻한 사랑
적막한 밤 달빛 아래 꿈을 꾸었네
밤은 깊어 고요한데 들리는 소리 들리는 소리
들려오는 그의 소리 들려오지만 분명치 않구나
오라는가 나의 친구 들르는 곳에
타는 듯한 나의 사랑 기다리는 너
잊을 수가 없구나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