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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바람,꽃 어여뿐 벌새의노래

이제야 들어보는 클래식 30

by 곰탱구리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 314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 낡은 LP판에 담긴 시원한 강바람과 휘날리는 여린 꽃잎 위에서 춤추는 아름다운 소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왈츠이다. 한때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공식 국가인 황제 찬가에 이어 제2의 국가라는 소리까지 들은 곡이다. 당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당대부터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왈츠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곡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날 뿐 아니라, 선율이 무척 아름다워 요한 슈트라우스의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다. 도나우는 다뉴브강의 독일어 이름이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작곡된 것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명성이 하늘을 찌를 듯한 1860년 대의 일이다. 1866년에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과 전쟁을 했는데, 불과 7주 만에 패하고 말았다. 독일 통일을 준비한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와 참모총장 몰트케의 탁월한 전략에 오스트리아는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 패전의 결과 독일 연방 의장국이었던 오스트리아는 독일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다. 한때 전 유럽을 호령하던 오스트리아로서는 정말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패전 후에 우울함을 달래고자, 빈의 남성합창단에서는 쾌활하면서도 애국적인 곡을 공연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당대 최고의 대스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작곡을 의뢰하게 된다. 요한 슈트라우스도 동감했는지 선뜻 응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젖줄 도나우강을 노래한 한 시인(Jarl Beck)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란 곡을 작곡하기로 한다.


합창단에서 의뢰한 곡이었으므로 가사는 빈의 남성합창단의 시인(Joseph Weyl)이 곡에 맞추어 썼다. 남성 합창이 들어간 왈츠곡이 된 셈이다. 초연을 1867년 2월에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슈트라우스가 이런 결과가 마음에 찰 리 없었다. 같은 해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슈트라우스가 공연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합창을 빼고 순수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서 연주했다. 파리 박람회의 연주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 이 곡은 오케스트라 버전 쪽이 압도적으로 더 많이 연주된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곡이 되었다. 유명한 빈 신년 음악회에서도 전통적으로 앙코르로 이 곡이 연주된다. 이 곡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브람스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브람스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부인을 만났다. 부인이 사인을 해달라고 하자, 브람스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몇 마디를 그리고 '불행히도 브람스 작품이 아님'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다. 그는 수많은 왈츠를 작곡하여 '왈츠의 왕'이라고 불린다. 그의 아버지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인데, 그는 '왈츠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또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동생들도 작곡가의 길을 걸었다. 이렇게만 보면 단란한 음악 가문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아들이 음악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음악으로 먹고사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아들이 상업을 공부해서 은행가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열혈 음악 소년이었던 아들은 음악을 포기할 수 없어, 아버지 몰래 음악을 배웠다. 그러다 결국 음악을 배우는 것을 아버지께 들켜서 아버지에게 심한 매질을 당할 정도였다. 아버지는 아들에 몸에 깃든 음악을 쫓아내려고 채찍으로 후려쳤다고 한다.


그렇게 혼나면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자 드디어 자유롭게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아들이 음악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남편에 대한 복수심과 아들에 대한 사랑이 섞인 행동일까?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자신의 악단을 만들었고, 빈의 음악계에 데뷔하게 된다. 그가 불과 만 19세일 때이다. 아들이 악단을 이끌고 음악 인생을 시작하니, 아들과 아버지는 졸지에 경쟁관계가 되었다.


그들의 경쟁 관계는 아버지가 5년 후 성홍열에 걸려서 사망하는 바람에 끝난다. 아들은 아버지의 악단을 인수하여 자기의 악단과 합쳐서 음악을 계속하게 된다. 그 후 그의 명성은 아버지를 뛰어넘고 해외 공연도 자주 다닐 정도로 인기인이 되었다. 후의 일이지만 '왈츠의 왕'이라는 별명도 1870년대 미국 공연에서 생긴 것이다. 국제적인 스타가 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 J. 슈트라우스 2세 (클래식 명곡 명연주, 네이버)


고요히, 서서히 그리고 아주 섬세하게 아침을 맞이한 만물들이 눈을 뜬다. 밤새 풀잎새에 매어 달린 애기 이슬방울들이 하나로 모여 '똑'하는 소리와 함께 세수를 하려는 듯 푸른 새벽 강물로 뛰어든다. 그제야 억지로 잠이 깨어 기지개를 켜며 몸을 부르르 흔드는 강물은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며 투정 부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갓 베어낸 풀잎의 신선한 내음새를 싣고 꽃들을 깨우러 다니던 산들바람이 강의 얼굴을 부드럽게 만져주며 어서 일어나라고 토닥거린다. 그 섬세한 손길에 강물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큰 숨을 들이켜 하늘의 푸르름을 가슴에 가득 담는다. 신선함을 포장에 꾸려 도시를 구불구불 감돌아 사람들에게 아침을 배달 한다. 이 곡의 서두는 그렇게 조용하면서 매우 섬세한 감정을 담아 시작된다.


풀루우트 소리와 함께 깨어난 세상은 아름다운 아침을 노래한다. 새들이 지저김이 시작되면 벌들의 날개소리가 협주를 위해 끼어든다. 강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던 바람의 고운 성대에서 가녀린 노래가 울려 퍼지면 굵고 깊은 태양의 저음이 화음을 맞춘다. 흔들거리는 꽃잎 위를 작고 여린 벌새가 날아든다.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앙증맞은 발을 살며시 내디디어 꽃잎 위에서 춤을 춘다. 가벼운 발걸음, 우아한 회전, 무중력 속을 떠다니는 것 같은 곱디고운 춤사위에 만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돋는다. 세상에 푸르름을 전하러 달려가던 다뉴브강마저 잠시 바람과 어깨를 걸머지고 벌새의 춤사위에 빠져든다. 춤과 음악에 빠져든 세상은 서로 어깨를 걸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서로의 손을 잡고 가볍게 돌며 앞으로 뒤로 스텝을 밟아가며 서로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해준다.


나는 왈츠에 대한 로망이 있다. 중세 유럽의 화려함, 아름다운 선남선녀들의 흥겨운 춤사위,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국민한교 6학년 때였다. 매주 토요일 밤 9시에 주말의 명화라는 제목으로 외국의 영화들을 TV에서 방송해 주었다. 그 당시에는 TV 채널도 MBC, KBS, TBC 이렇게 3개밖에 없었고 프로그램도 다양하지 못하여 토요일 저녁에 방영해 주는 외국 영화는 매우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신문이 배달되면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신문이 유일하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매체였다) 제일 먼저 뒤져보는 것이 오늘의 TV 프로그램 편성표였다. 오늘 MBC와 TBC에서 방영해 주는 영화가 무엇이냐에 따라 가족끼리 서로 다투기도 하고 합의하기도 하고 부모님의 강압에 채널이 선택되곤 했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리던 시간들이었다.


그때 보았던 영화 중 아직도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던 영화가 있다. 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미국의 작가 마가렛 미첼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흑인 노예분제와 당시의 지주 계급 사이의 변화되는 사회상을 그린 영화이다. 당대 미남 클라크 케이블과 당대 미녀인 비비안 리가 주연을 맡아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받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전쟁으로 부서져 불타오르는 주택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두 남녀가 이별을 앞두고 진하게 나누는 키스 장명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스칼렛을 떠나보내고 전쟁터로 달려가야 하는 남자 주인공이 그녀에게 주는 작별 선물이었다. 비참하고 슬픈 장면임에도 나의 눈에는 너무도 아름답게 각인되었다. 어리를 완전히 뒤로 꺾고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평화를 갈구하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물처럼.


비록 이 영화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삽입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의 춤추는 장면에 이 곡이 삽입되었다면 얼마나 잘 어울렸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남북전쟁의 비참함과 완벽히 대비되는 왈츠의 경쾌함과 평화로움이 영화에 여운을 더 잘 살려 줬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영화를 보고 꿈을 꾸었었다. 내가 남자 주인공이 되어 화려하고 아름다운 중세의 궁전에서 수많은 악사들의 왈츠 연주를 들으며 춤추는 꿈이었다. 나는 공작이 되고 백작이 되어 그녀를 가슴에 꼭 안고 빙글빙글 돌며 '쿵작작' 거리는 4분의 3박자의 경쾌한 왈츠 리듬에 온몸을 맡긴다. 비록 사춘기 초입의 어린아이의 개꿈이었지만 아직도 그 꿈이 가끔 생각나곤 한다.


왈츠에는 경쾌함이 있다. 안정감이 있다. 평화로움이 있다. 물론 쇼스타비치의 두 번째 왈츠처럼 우울함을 담아내기도 하지만 그 속에도 깊은 낭만이 들어있다. 왈츠는 행복이다. 꿈이고 낭만이다.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봄 향기가 만연해 있다. 힘드고 아픈 시간을 견디는 모든 사람이 이러한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일상에 지쳐갈 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에 몸을 실어 춤을 추어보자.

자! 이제 내 손을 잡아 주시겠습니까?



https://youtu.be/Q_T0cQMT-rI?si=pz16So20ZRRiTsG-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op.314 | J Strauss II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314 | 뉴욕 필하모닉 [출처 : 유튜브]





제가 처음으로 써 본 수필인 '이제야 들어보는 클래식'의 시즌 1을 끝내게 되었습니다. 클래식을 처음 들어보는 초보였기에 부족하고 미숙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두서없이 나름 들었을 때 마음이 움직였던 음악을 선정하여 그때 그때 느꼈던 감동이나 회상을 느끼는 데로 써봤습니다. 아마추어의 글이라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읽어 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좀 더 많이 듣고 배우고 익혀서 추후에 시즌 2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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