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

by 곰탱구리

해 질 녘 노을을 봅니다

쇼팽의 녹턴이 흘러나오면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집니다.

젖어드는 것은

내 눈일까 마음일까


가슴이 텅 비어 갑니다

허상처럼 느껴지는 세상에

정신마저 아득해집니다.

굳게 닫힌 것은

내 눈꺼풀일까 가슴일까


바다에 가득 뿌려진

윤슬의 반짝거림이

감긴 눈 위로 스며듭니다.

쉴세 없이 파고드는 것은

내 외로움일까 그리움일까


가을바람에 휩쓸려

서녘 끝으로 날아간

붉은 석양이 그리워집니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내 마음일까 바다일까


나의 시간은 이제 썰물

화려한 밀물의 기억도

풍족한 만조의 추억도

어느 하나 남지 않은

황량한 슬픈 가을의 고독


초로의 얼굴로

홀로 놓인

가을길을 사뿐히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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