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꽁알꽁알 은퇴설계 15 - 건강

평소엔 당연한 자산, 잃으면 모든 것

by 곰탱구리


지난 시간까지 자금 계획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자금 즉, 돈은 없으면 불편하고 있으면 편한 자산이다. 또한 많으면 자랑스러울 수 있는 자산이다. 좀 과시할 수도 있고 내세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신에게 적당하게 있을 때 가장 사랑스러운 자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건강은 어떤 자산일까? 건강은 평소에 유지하고 있을 때는 너무도 당연하고 하찮을 수 있는 자산이다. 그러나 잃어버리는 순간 그냥 모든 것이 되어버리는 그런 자산이다. 돈으로 고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만일 돈으로도 고칠 수 없는 불치의 병이라고 한다면 아니 당장 죽지는 않더라도 병실에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동양 철학이나 서양 철학이나 정신적인 면이 육체적인 면 보다 다소 우월하다는 생각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육체가 건강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동양철학에서 중시하는 효를 예로 들어보자. 조선시대 유교에서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 년간 부모의 산소 옆에 초막을 짓고 부모님이 산소를 모시며 고기나 기름진 음식도 먹지 못하고 모셔야 했다. 부모님을 보낸 불효자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데 만일 자식이 거친 음식과 추위나 더위에 시달려 몸을 망치거나 심지어 죽게 된다면 그것을 숭고한 효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효경(孝經)》의 제1장인 〈개종명의장(開宗明義章)〉의 첫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신체의 모든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감히 훼손하거나 상처 내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불감훼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건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를 추도하며 삼 년 상을 지내는 것이 효일까? 아니면 건강하게 식사도 골고루 하며 부모를 추모하는 것이 효일까? 정답은 거친 음식만 먹고 힘든 야인 생활을 하면서도 건강하게 삼 년을 넘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가능할 수 있는 일일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단언컨대 과거 삼년상을 성실하게 치르신 우리 조상님 들께서는 자신의 주어진 삶보다 더 오래 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지병을 얻어 매일 탕약을 마셨을지도 모른다.


논어를 비판하자는 것도 아니고 철학을 무시하거나 정신적인 부분이 별 것 아니라는 것도 아니다. 정신과 육체는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과 육체는 생명이라는 유한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서로 다르지 않은 하나의 유기체라고 생각한다.


아픈 몸에는 올바른 정신이 담기지 못한다. 깨진 잔에 물을 가득 담을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육체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세계. 현재라는 세계를 살아가는 나라는 유기체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영혼이나 정신이 어디서 왔던가에 상관없이 말이다. 3차원의 세계에서 현실화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육체라는 뜻이다.


은퇴의 부작용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정신적으로는 정신적 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 자존감 상실, 의욕의 감소, 우울증 등등의... 육체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정기적인 활동의 감소, 활동의 감소, 긴장감을 잃은 호르몬의 폭주, 연로함에서 오는 육체의 밸런스 붕괴 등등등.... 이러한 부작용은 돈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돈만 많으면야 그까짓 게 뭔 상관?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릎이 너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면 여행을 가고 싶겠나? 골프를 치고 싶어 지겠는가? 우울증에 빠져 몸이 노곤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장롱 속에 썩고 있는 여권을 갱신하고 여행 계획을 짜고 여행사를 예약하는 이런 귀찮고 힘든 일을 할 수 있을까? 절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돈 보다 몸과 정신이 중요하다. 몸은 시작이고 기본이며 정신은 과정과 결론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모든 행동이며 나의 주체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지 늙는다는 것이 아니다. 낡아 간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몸도 마음도 쉽게 낡아갈 수 있다. 특히 은퇴라는 사건은 남자에게 있어서는 조금 더 큰 정신적 충격을 줄 수도 있는 사건이다. 즉 낡아가는 몸과 마음에 더 큰 충격을 주어 쉽게 더 낡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 계획에 건강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건강은 은퇴계획에 있어서도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지 않은 이유는 관심의 차이 때문이다. 상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몸과 마음의 건강은 대부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심이 돈이라는 재정적인 부분에 많이 쏠리게 되는 것이다. 80대의 치매 걸린 노인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대부분이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난 건강하고 정신 말짱한데요.'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이기에 관심이 적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발길을 돌려 병원으로 한번 가보자. 건강이 당연할까? 육체적인 건강이 정말 당연할까? 온전하고 바른 정신을 유지하고 산다는 것이 정말로 당연한 일일까? 건강은 결코 자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건강함은 고치는 것보다 유지하고 보전하는 것이 더 쉽고 올바른 지킴의 방법이다. 그래서 은퇴 계획에 건강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 시간부터는 이렇게 중요한 건강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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