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회원님 한 번만 더

이거 들으면 한 세트도 더 할 수 있어(아닐지도)

by 권대우

몸이 요즘 고되다.

뭔가 그냥 근육이 제 기능을 안 하는 듯

힘도 잘 안 들어가고 뭉치고 그런다.

진짜 몸이 운동을 부르짖는 시기인데

발 뒤꿈치 부상 이슈로 참 난처하다

러닝이 모든 운동의 근간이라

정말 아쉬운 상황이다.


지금은 안 하고 있지만 운동할 때를 생각해 보면

필자는 따로 운동 플레이리스트를 짜는 사람은 아니다.

앨범 단위로 듣는 것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음악 바꾸는 핑계로 10초의 휴식을 얻는 것도(...)

상당히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진지하게 플레이리스트를 짤 생각을 하긴 했다.

앨범의 연속성을 즐기는 거랑

음악의 연속으로 힘을 얻는 건 아무래도 좀 다르니까.


물론 플레이리스트를 짤 생각을 해봤다는 건

결국 안 짰다는 거다.

플레이리스트를 짜는 대신 선택한 것은

그런 앨범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에너지를 확실하게 주면서

에너지가 앨범 내내 유지가 되는 그런 앨범.

오늘은 그런 앨범들을 살펴볼 생각이다.


1. <HOODSTAR> by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두번째 EP <HOODSTAR>

이전 글에서 선구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유달리 번뜩이는 그런 존재가 나타나

듣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순간.

2019년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이 앨범을 내며

그런 번뜩이는 순간을 만들어낸 아티스트였고,

나아가 그의 등장은 소위 말하는

게임 체인져의 등장이었다.


목소리 피치를 뒤집어지기 직전까지 끌어올려

7곡 내내 높은 텐션, 신나고 중독적인 트랩 비트,

그리고 그의 기믹 즉, 캐릭터를 내세운

과장되고 허풍스럽지만 또렸히 들리는 가사는

새로운 듣는 재미의 영역을 선사한다.

허풍스러운 만큼 돈과 음악에 대한 야망을 보여주는,

짧지만 에너지 넘치는 이 EP는

여러 번 반복을 요하는 덤벨, 바벨 컬과

환상의 짝꿍이라 할 수 있다.


추천곡: Money Holic, Business Man (Feat. SUPERBEE), Make U Dance (Feat. 박재범 & Paul Blanco), 지금 (Feat. Okasian)


2. <MODM : Original Saga> by 쿤디판다

쿤디판다의 첫번째 EP <MODM : Original Saga>

만약 스스로의 스트리밍 횟수에 따라

음원이 풍화가 된다고 가정하면,

가루가 되어 날아갈 앨범이나 곡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에겐 이 앨범이 그러하다.

항상 내가 힘이 필요할 때,

자극이 필요할 때 손이 저절로 향하는 앨범이다.


강렬한 전자음으로 전개되는 앨범 속,

다채롭고 훌륭한 완급조절이 들어간 래핑들이 섞여

입체적인 조화를 이뤄내며 만족감을 선사해 준다.

그리고 트랙이 하나씩 흘러가며 마치

게임의 다음 스테이지를 통과하고 엔딩을 보는 듯한,

알게 모르게 듣는 이를 플레이어처럼 몰입하게 만든다.

청각적 강력함의 모듬인 이 앨범은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도 과거로 밀어내줄 것이다.


추천곡: Somozu Combat, 메인풀 (feat. GRAY), Yucked Up Clan! (Feat. CHOILB, Puff Daehee, Verbal Jint), Rarebreed (feat. 넉살), 원시의 힘 (feat. 화나, 개코)


3. <FREE THE BEAST> by 비프리

비프리의 일곱번째 정규 앨범 <FREE THE BEAST>

우리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마음속 분노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분노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다.

이 분노는 잘못 발산되면 파괴적이지만

나를 위한 에너지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그 생각을 이 앨범을 통해서 하게 되었다.


첫 트랙부터 이 앨범은 실로 괴물 같다.

로우파이한 소리들 후 터져 나오는 듯한

선명한 소리는 알게 모르게 개운함을 준다.

그리고 오버랩된 많은 샘플링과 멜로디라인은

분출될 분노가 심상치 않음을 알려준다.

억압된 분노의 분출은 듣는 이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한다.

이에 반해 후반부는 더 가라앉아 있고 복잡하지 않다.

차분한 선율 속 음침함이 마치 역동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한국 음악사에 길이 남을 앨범을 듣는다면,

내 안의 역동성을 깨워 몸을 움직여보자.

괴물은 나오고 싶어 한다.


추천곡: 이번에는 (feat. DANNY CHO), 현상금 사냥꾼 (feat. COKE JAZZ), DRACULA 2020, 휴식 (feat. 권기백), 개새x (feat. 이케이), 부활절 (feat. MUNCH MAN), 구명조끼 (feat. PNSB), 퇴근시간 (feat. DUSTYY HAN), 변화, 친구들 2016, 내 옷에 피


4. <AKUMA> by 플리키뱅

플리키뱅의 세번째 정규 앨범 <AKUMA>

에너지는 폭발성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그 에너지의 지속성이다.

이는 음악 안에서의 에너지에도 해당된다.

강약의 변주도 좋지만 그 안에서 고유의 에너지는

유지되어야 좋은 앨범 단위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앨범은 완벽하진 않지만, 일관성 하나에선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앨범이다.

첫 등장 후, 꾸준한 허슬을 보여준 플리키뱅.

그의 노력은 그의 최고작인 이 앨범으로 보여준다.

직전 정규 앨범처럼 다양한 장르의 트랙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인 악마를 끝까지 붙들고 간다.

이전 앨범의 사운드인 드릴, 트랩, 싱잉은 물론,

주제에 걸맞은 호러코어 장르도 활용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넓혔다.

그리고 플리키뱅의 랩은 그러한 앨범의 흐름 속에서

에너지를 잃지 않아 트랙들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하루 정도는 이 앨범을 통으로 돌려도

그날의 운동 전체를 충분히 책임져 줄 것이다.


추천곡: AKUMA (Prod. Fleeky Bang), 불(火) (feat. CHANGMO), 귀신(鬼神), 악마(惡魔) (feat. Sik-K), The Castle Orchestra, The Devil Orchestra [Interlude] Ah Shit (feat. HAON), Dogs Out (feat. Tray B), Demons Party, 3024 (Outro)


5. <K-FLIP+> by 식케이 & 릴 모쉬핏

식케이 & 릴 모쉬핏의 합작 앨범 <K-FLIP+>

한국 힙합의 최전방을 언급할 때 뺄 수 없는

두 아티스트의 만남의 결과물.

우리나라 음악에 대한 존경과 오마주가

현시점 가장 트렌디한 힙합 사운드에 담긴

이 앨범은 현시점 한국적인 힙합의 개보를

이을 자격이 충분하다 생각된다.


앨범 제목처럼 기존 한국 가요를 뒤집듯

신박하게 샘플링한, 현시점 가장 트렌디한

비트 위에 KC 사단을 포함한 래퍼들의

적절한 활약은 더더욱 듣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물론 메인인 식케이의 랩이나 몇몇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미쳐버린 릴 모쉬핏의 비트가 단점은 가려주고

장점은 최대한 부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강렬하지만 아딘가 익숙한 비트들이 귓가를 울리면

더할 나위 없이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꿔줄 것이다.


추천곡: KC2 (feat, JMIN, 김하온), LA LA LA (Snitch Club), PUBLIC ENEMY (feat. 노윤하, Wuuslime), MADE IN KCOREA (1TAKEBAR), LOV3 (feat. Bryan Chase, Okasian), NEW ANTHEM (feat. PENOMECO)


운동 중요하다.

30대를 목전에 둔 현시점에서 뼈저리게 느낀다.

진짜 한 해가 갈수록 느낌이 다르다.

근육도 빠지고 몸도 예전만큼 튼튼한 것 같지 않고,

그렇기에 얼른 뒤꿈치 문제를 해결하고

달리기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오랜만에 운동을 하게 되면 몸도 안 따라주고

이전에 비해 많이 힘들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머릿속에 맴돌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나약한 생각을 떨쳐내고 용기를 갖고

낡은 몸 상태를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줄 만한 음악을 이번 글에 가지고 왔다.

이것들 듣고 다들 추운 날씨 속 건강 잘 챙기길 바란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주제에 맞는 음악들로 찾아오겠다. -권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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