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차 카페 직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2

신규 오픈 멤버는 어려워

by 연두

09화 프차 카페 직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1

<전편 참고>


수원 A지점에서의 근무가 슬슬 익숙해질 무렵, 4개월 만에 나는 처음 입사하기 전에 발령받았던 본 매장으로

발령받게 되었다. 원래는 본 매장이 내가 입사하고 한 달 뒤에 오픈 예정이라 수원 A지점에서는 한 달만 근무하고 바로 본 매장으로 가게 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잘 안 됐던 걸까?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오픈이 계속 미뤄지고 미뤄져 4개월이 돼서야 드디어 완공되어 본 매장으로 발령받게 된 것이다. 드디어 교육 매장에서 일하다가 본 매장으로 간다고 하니 새로운 매장에서 일할 생각에 설레기도 하면서 조금 긴장되기도 했었다.


인사 발령을 받고 나서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수원 A지점에서의 근무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이곳으로 매장 교육 훈련을 받으러 온 지 어느덧 4개월, 처음엔 인사도, 픽업도, 주문도, 음료 제조도

할 줄 아는 거라곤 하나도 없었던 생 초짜였지만, 이곳에서 함께 일한 모든 직원들이 하나하나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가르쳐 준 덕분에 나는 조금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도 아직 모르는 게

한가득인 신입 직원이지만, 본 매장으로 가서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성장하게 되겠지.


근무 마지막 날 미들 근무였던 나는 직원 사물함 안에 있는 물건을 챙기고 사물함 문에 붙여진 내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내 손으로 직접 땠다. 그러고 바*를 나와 함께 근무한 모든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다음에 놀러 오겠다고 약속을 한 뒤 매장을 나왔다. 짧은 시간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는지 매장 단톡방에 대답 말고는 말 한마디 없던 내가 장문으로 오늘 휴무였던 모든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카톡으로 장문 인사를 남긴 뒤 단톡방도 함께 빠져나왔다.


그 후로 2일이 지나 나는 바로 본 매장에 투입되었다. 본 매장은 드라이브 스루*매장으로,

한 건물이 3층까지 있는 엄청 커다란 매장이었다. 홀도 바도 수원 A지점보다 훨씬 더 넓었다.

매장 오픈은 2주일을 앞두고 있었고, 공사가 지금 막 끝난 상태라 페인트 냄새와 함께 먼지가 엄청 많이 쌓여있었다. 우리는 오픈 전까지 매장을 청소하고, 앞으로 들어올 물건들을 정리하며 신규 매장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고 이곳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기 때문에 드라이브 스루 교육을 따로 받아야 했다.

이 말고도 커피머신과 아이스크림 기계 세팅, 제빙기 청소, 냉장고&냉동고 청소 등의 많은 일들을

매장 오픈 전까지 모두 끝마쳐야 했다.


수원 A지점에 있었을 때는 내가 맨 아래였지만, 본 매장에 와서는 후임들이 생기면서

내가 7시간 근무자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사람이 되었다. 기계 세팅 같은 복잡한 업무는 주로 8시간 선임 직원 분들이 하셨고 나와 남은 7시간 근무자들은 주로 매장청소나 재료 준비를 하였다. 오픈 준비를 하며 새 매장에서 앞으로 함께 일할 직원들이랑 식사도 같이 하고 교육 때는 다 같이 모여 앉아 얘기하다 보니

조금 친해지게 되었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에 (근무할 때는

식사도 돌아가면서 혼자 식사하고, 스케줄 근무라 다 같이 있을 일이 없다) 나는 오픈 준비하는 이

시간을 의미 있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매장 오픈 하루 전으로 다가왔다. 이제 막 공사가 끝나 먼지로 가득했던 매장은

열심히 쓸고 닦아 깨끗해졌고, 기계도 세팅되어 작동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이고, 새 개수대와 제빙기,

냉장고와 냉동고도 모두 청소해 놓고 그 안에 손질된 재료까지 모두 정리되어 넣은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포스세팅과 홀&바에서 손님과 직원의 동선을 체크해 주면 매장 오픈의 대략적인 준비는 완료된다.


매장이 갓 오픈을 하게 되면, 손님들은 갑자기 생긴 새로운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게 되어 손님들이 매장으로 많이 몰리게 된다. 게다가 우리는 오픈 이벤트까지 진행할 예정이라 사람들은 더 몰려들 예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까지 합쳐서 총 8명인데, 8명 중 스케줄 상 휴무인 직원도 있어야 하기에

휴무 직원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이서 오픈날을 책임지게 되었다. 오픈 때 매우 바쁠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다른 지점에 지원 요청까지 해서 매장 오픈을 도와주는 오픈바이저와 다른 지점 직원 3명이 우리 매장을

도와주기로 했다. 이들은 오픈 이후 3일에 걸쳐서 오픈바이저는 3일 내내, 다른 지점 3명은 1명씩 돌아가면서

우리를 도와주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새 매장의 오픈 준비가 모두 끝이 났다. 내일은 별일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드디어 오픈 날이 되었다. 나는 오픈 근무라서 새벽부터 부랴부랴 준비해서 집을 나섰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밖에 비가 엄청 많이 내리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엄청난 비와 바람을 뚫고 매장에 도착하니 나보다 먼저 매장에 도착한 점장님과 직원들이 모여있었다. 나도 부랴부랴 빨리 준비하고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는데,

그들은 걱정하고 있었다.


"오픈 첫날인데 비가 와서 어쩌나... 손님들이 비 온다고 안 오면 어쩌죠?"


"아뇨, 괜찮을 거예요. 비도 잠깐 오다가 금방 잦아들고 손님들도 몰려오겠죠 뭐."


"그래요, 우리 오픈 전날까지 고생했는데 오늘도 파이팅 합시다!"


오픈 첫날인데 비가 많이 와 손님들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오픈 시간에 그것도 잠시 뿐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오픈 준비를 시작했다. 매장 오픈 10분 전, 우리는 앞치마를 착용하고,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손님들을 기다렸다.


오픈하고 한 30분 정도 지난 후, 드디어 새 매장의 첫 손님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첫 손님 이후로 손님들이

점점 몰려들기 시작했다. 비가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은 새 매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

매장에 방문한 것이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니 쏟아지던 비도 점차 잦아들더니 그치고 해가 떴다.

해가 뜨자, 손님들은 더 매장으로 몰려들었고 손님들이 안 올 거라는 걱정은 금세 사라지게 되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라 드라이브 스루 주문도 같이 들어오는데, 주문을 헤드셋으로 받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

오면 버튼을 누르고 대답해야 하는데 버튼이 헷갈려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버튼을 누르거나 헤드셋 전원을 꺼버리는 등 바빠서 정신없는 와중에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오픈 첫날부터 비를 뚫고 찾아와 주신 많은 손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막 오픈한 주간은 오픈 효과+이벤트까지 겹쳐져 한주 내내 손님이 끊임없이 매장에 방문했다. 지원 와준 직원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로드샵이라서 포스기가 한 개라 계산하기 쉬웠고, 기본적인 홀 업무는 매장만 넓어졌지 수원 A지점에서의

근무랑 거의 비슷했다. 문제는 드라이브 스루였다. 헤드셋 사용이 아직 미숙해 버튼이 헷갈려 주문받기가

어려웠고, 주문이 들어와 버튼을 눌러 대답하면 내가 주문받고 있는 걸 헤드셋을 끼고 있는 모든 직원들이

다 듣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적 들을까 겁이 나기도 했었다. 게다가 드라이브 스루 주문이 잘 못 픽업

되는 순간 매장 손님보다 더 큰일이기 때문에 신경 써서 근무해야 했다. 그래서 드라이브 스루존 앞에 서는

것이 무서웠는데, 계속 드라이브 스루에서 고정근무 해본 적이 있는데, 적응해 보니까 익숙해졌다.


헤드셋 버튼도 익숙해져 눈감고도 전원을 켜고 주문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드라이브 스루에서의 주문도,

픽업도 모두 처음보다 익숙해지게 되었다. 이제 홀과 병행하며 별 탈 없이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된다.

본 매장인 이곳에서 샷 뽑는 것도 배워 커피 제조도 하고, 기계 세부 청소도 배우고! 교육 매장보다는 훨씬 더

달라진 내가 되어야겠지? 앞으로도 이곳 직원으로서 열심히 일해야지! 잘 부탁한다 새 매장이여!


*

바(Bar)- 바리스타 또는 바텐더가 일하는 공간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차에서 주문부터 픽업까지 할 수 있는 공간. 드라이브 스루 입구를 통해 들어와

주문해서 픽업받은 뒤 출구로 나간다.


TMI

1. 수원 A지점에서 본 매장으로 발령받은 시점에 직급이 올라 5시간 근무에서 7시간 근무로 전환되었다.

2. 새 매장 점장님은 신규 매장 오픈 때마다 항상 비가 왔다고 하셨는데, 이번도 예상은 비껴가지 않은 모양.


※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저의 모든 글의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길지만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프차 카페 에피소드는 총 4편에 거쳐서 업로드될 예정이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하지 못한 남은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에는 프차 카페 마지막 에피소드로, 이번 에피소드에서 하지 못한 뒷 이야기와 이후에 퇴사를 하게 된 에피소드를 풀어볼 예정이니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이전 09화프차 카페 직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