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카페는 맞지 않는 걸까?
<전편 참고>
※ 이 글은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프차 카페 에피소드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본 매장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3개월이 흘렀다. 나는 이 카페에서 일한 지 벌써 6개월 차가 넘었고, 오픈한 지 얼마 안돼 어수선했던 매장은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정리 되고 이 매장에서의 체계가 차차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 안에 새로운 직원이 2명이 늘어났다. 오픈 한지 얼마 안 됐을 때 너무 바빴고 인원이 모자라 우리는 오픈 이후로 매장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 연장근무를 했어야 했다. 8시간 근무자들은 거의 매일 연장근무를 했고, 나와 다른 7시간 근무자들은 연차마다 달랐지만 나의 경우 일주일에 2~3번 연장근무를 했던 거 같다.
특히 마감 근무 시 오픈 초반에는 중간 마감과 본 마감을 어떤 식으로 진행시켜야 할지 몰라 계속 방법을 찾느라 매장 마감 퇴근은 10시인데 11시 넘게 퇴근한 적도 많다고 한다. 나는 어느 정도 마감 체계가 잡히고 나서 마감 근무를 하게 돼서 초반에 마감 근무자들이 체계를 잡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아
죄송하면서도 감사했다.
하지만 체계가 어느 정도 잡힌 지금은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본 매장이 오픈 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드디어 이 카페에서 일 한지 6개월 만에 커피 제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장에서 샷을
처음 내렸을 때, "나도 드디어 샷을 내릴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었다. 커피 제조와
함께 라떼 아트도 함께 배우게 되었는데, 나는 이 라떼아트가 참 어려웠다. 우유 스티밍 연습이라면 수원 A지점에서도 조금 하긴 했는데... 거품 조절이 쉽지 않아 스티밍 연습을 하면 항상 카푸치노보다 더 두꺼운 거품을 만들었었다. 게다가 컵에 그림도 안 그려져 정말 어려웠다. 컵에 하트 하나 그리는 게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건지... (나와 똑같이 시작한 다른 직원들은 실력이 일취월장으로 늘어나는 데 왜 나만... 못할까...?!) 아무리 연습해도 샷과 우유만 낭비되어 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 날 카페 리뷰에 어떤 손님이 본 매장에서 따뜻한 라떼를 드시고는 우유가 비리고 맛이 없다며 컴플레인을 올렸다. 그 손님은 같은 카페의 다른 지점을 돌아다니며 따뜻한 라떼만 마셨던 사람이었으며, 다른 지점에서 먹은 건 괜찮았는데 본 매장에서 먹은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그러자 본사에서 매장으로 찾아왔다.
우리는 본사 사람들 앞에서 라떼아트 시험을 보게 되었고, 시험이 끝나고 완성작을 나란히 두고 비교했는데, 본사 직원은 제일 잘한 사람과 제일 못한 사람의 완성작을 지목했고, 제일 잘한 사람은 칭찬을 받았지만, 제일 못한 사람은 본사 직원의 아트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날 나는 그 자리에서 약 1시간 동안 본사 직원의 라떼아트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은 그 이후로 실력이 조금 늘어 하트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점장님께 내 라떼아트가 조금 괜찮아진 거 같지 않냐며 여쭤봤지만 아직 그대로라고 하셨다... 으아악! 라떼아트는 정말 너무 어려워...)
내가 매장에서 근무하며 가장 무서웠던 것은 바로 매장 단톡방이었다. 사실 수원 A지점에서 근무했을 때
들어왔던 매장 단톡방도 무서웠다. 직원들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일하다 보니 근무하다가 실수한 점이나 잘못된 점, 손님들이 카페 사이트에 올린 컴플레인 등을 사진 찍어 올린 뒤 코멘트를 남기는데, 이는 매장에서 같이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앞에서 그 사람의 잘못을 지적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처형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잘못한 건 확실히 바로 잡아야 하지만 말이다.
단톡방 알림은 휴무 날에도 쉴 틈 없이 울린다. 특히나 만약에 휴무날에 단톡방에 근무하면서 잘못한 것이나 손님의 컴플레인이 올라왔는데, 그 원인 제공자가 나였다면...?! 그 순간.. 근무하다가 모처럼 찾아온 휴무날인데 나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고 내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죄책감에 하루 종일 망연자실하고 만다. 단톡방에서의 공개처형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갠톡으로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사실 그게 더 무섭다. 갠톡이든 단톡방이든 톡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지적을 받는 건 정말 무섭고 힘들었다.
상사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 이 매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애를 써도 상사가 기억하는 나의 몇 번의 실수들로 인해 나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다. 커피 제조와 관련된 중요 업무들도 다 후임들에게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나의 업보일 테니. 그래서 상사와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뢰를 얻어 더 많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일을 더 잘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지고 어렵기만 한 업무들과 이를 해내지 못했다는 좌절감,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과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과 컴플레인을 건 손님에게 드는 죄송함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마음에 이런 것들이 점점 더 쌓여갔다. 나는 점점 더 우울해져 갔고, 직원들과도 어울리기 힘들었고, 일은 점점 하기 싫어지고 할 힘도 없어져 실수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기만 했다. 그러다가 결국 나는 이 매장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이 카페에서 근무하게 된 지 1년 되는 달의 마지막 날, 나는 이곳을 퇴사하게 되었다.
사실 매장에 처음 돌아오기 전, 처음 일해보는 거지만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의 경험담을 들으며 카페 일이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서 최소 1년은 꼭 버티자"라고 다짐했다.
왜냐하면 모든 경력은 기본적으로 6개월이나 1년부터 인정해 주기 때문이고, 첫 카페에서 비록 1년이라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가슴 깊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무리 마감 근무가 힘들어도, 매장 단톡방에서 공개처형을 당해도, 맨날 선임에게 불려 가서 실컷 혼이 나도, 후임이 나에게 지적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그 마음 하나로 악으로 깡으로 버텨왔다.
물론 안 좋은 점만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과 얻은 것들도 많이 있었다. 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며 얻게 된 서비스 마인드와 많은 연습 끝에 얻은 음료 제조, 라떼아트 등의 성과로 인한 성취감, 인사를 잘한다는, 어떠한 업무를 7시간 근무자 중에 제일 잘하는 것 같다는 상사의 칭찬, 주문 들어온 메뉴를 만들면서 빨라진 손동작, 본사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등 이곳에서 일하며 얻게 된 것들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을 같이 곁을 때 좋은 일 보다 안 좋은 일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이곳에서 분명 직원들과 울고 웃으며 열심히 일했지만 실수하고 혼나고의 기억이 더 많고 오래 남았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진 것이다. 여기서 일하면서 내 잘못인 데다 안 좋은 일만 있던 거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루하루 1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만약 지금의 내가 이곳에 다시 입사한다면 지난 일을 만회하고 그때의 나보다는 더 열심히, 더 잘 근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비록 실수투성이였던 1년이었지만, 첫 프차 카페인 이곳에서 카페 직원 즉, 바리스타의 기본 중에 기본만큼은 배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으로 카페 일을 하며 겪어온 시행착오이자,
사회에 나와 처음 겪는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니까 말이다. 비록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버텨온 1년이기에, 나는 내가 다짐했던 걸 잘 지킨 것만으로 만족한다.
첫 프차 카페와의 인연도 이렇게 끝이 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