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직원은 처음이라
<전편 참고>
내가 해당 매장으로 출근 한지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매장에서 같이 일하는 점장님을 포함한 여러 명의 선임들에게 매장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워 머릿속에 집어넣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똑같은 내용을 일하는 직원들 마다 스타일이 달라 각자 다르게 알려주면 어느 방법을 실행해야 할지 몰라 헤매다가 지적받은 적도 몇 번 있었다. (물론 다른 실수들도 많이 했지만,,)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해서 저렇게 했다가 또 왜 저렇게 했냐고...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그럼 어찌하란 말인가! 나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사회생활인 것인가...)
매장이 처음인 나에겐 손님이 매장에 들어오면 인사하는 것부터가 고비였다. 손님이 매장에 들어오면
손님을 먼저 마주한 사람이 먼저 인사하면 다른 사람들도 뒤따라서 합창하듯이 손님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 근데 나는 그 인사가 어려웠다. 늘 손님 입장으로 매장에 들어왔는데, 직원의 입장으로 손님들을 대하려니 어려웠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때는 그랬었다. 하지만 인사가 어려운 것도 잠시 뿐이었다. 조금씩 시도하다 보니 인사도 어느새 적응이 되어 나중에는 점장님께 인사 잘한다고 칭찬도 받았다.
음료 픽업, 포스기 주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일했던 수원 A지점은 피크 타임*마다 해당 타임 근무자들 중에서 샷*뽑는 사람, 주문받는 사람, 음료 만드는 사람과 이를 보조하는 사람, 픽업하는 사람,
뒤에서 설거지하는 사람을 그날 랜덤으로 피크 타임 근무를 배정해 준다. 나는 어느 정도 마감
근무에 적응이 되고 나서야 매일 마감 지옥에서 탈출하여 근무한 지 약 2주가 흐르고 나서야 피크타임 업무를 시작했는데, 나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피크 타임 때마다 주로 설거지 아니면 픽업, 가끔은 주문을 받기도 했다.
설거지는 말 그대로 손님들이 먹던 것을 컨디에 놓고 매장을 나가면, 이를 정리해서 설거지하는 곳으로 가져와 설거지를 하면 된다. 이거 말고도 컨디 안에 쓰레기봉투가 꽉 차면 새 쓰레기봉투로 바꿔주고, 피크 이후 분리수거 시간이 되면 매장에서 버릴 것을 모아 카트에 싣고 지하로 내려가서 쓰레기를 버리는 업무도 같이 해야 한다. 바쁠 때는 개수대 안에 먹은 컵과 접시가 한가득이라 한참 설거지 지옥에 빠지게 된다.
(일명 설거지옥) 컨디를 정리하러 갈 때 먹은 컵들과 접시들을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아서 가지고 오는데,
카트가 없어서 손으로 들고 와야 하는데, 바구니 안에 양이 많으면 정말 무겁다. 무거우니 조심해서 들고
가지 않으면 바구니 안에 있는 컵과 접시가 깨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픽업은 고객들이 음료를 픽업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진동벨을 가지고 간 손님이라면 진동벨 번호를 눌러 호출하고, 키오스크로 주문을 한 손님이라면 키오스크 호출을 눌러 카카오톡으로 알림을 보낸다.
그래도 오지 않는다면 마이크로 방송을 해 픽업을 하지 못한 손님들이 픽업해 갈 수 있도록 한다.
매장의 경우 트레이에 음료와 디저트, 식기류를 세팅해서 픽업하고, 테이크 아웃의 경우 제조가 끝난
음료의 뚜껑을 덮어주고 디저트를 포장한 상자에 일회용 포크와 물티슈, 냅킨을 넣어 준 뒤 빠뜨린 게
없나 확인 후 픽업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누락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몇 번 있었다.)
음료 뚜껑에 종류가 2~3가지 정도 있는데, 어떤 음료인지에 따라 달라 헷갈려서 잘못 뚜껑을 덮었다가
선임들에게 지적받을 수도 있다. (집중 못한다고 지적받았었다.) 아이스크림이 있는 매장의 경우 픽업 하는 사람이 음료가 다 만들어질 때쯤 아이스크림을 짜서 손님에게 바로 내어준다. 이 아이스크림 짜는 것도
그냥 짜는 게 아니라 정해진 무게에 따라서 짜야하고 모양도 어느 정도 예뻐야 하기 때문에 실전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나도 초반에 감이 익기 전까지는 무게는 저울에 재고 모양은 예쁘게 나올 때까지 아이스크림 여럿 버리면서 연습했다.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샷 뽑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바리스타의 주 업무인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자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이다. 커피만 만드는 것이 아닌 머신에서 샷을 뽑으며 몰려오는 주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순서대로 나가기 위해 본인은 물론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상황에 맞는 지시를 내리며 컨트롤한다. 그래서 피크 시간에 샷을 뽑는 사람은 주로 상위 직급에 있는 직원들이었다. 픽업대에 서서 바삐 샷을 내리는 선임들과 음료를 만드는 선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도 언젠가는... 저분들처럼 될 수 있을까?)
포스기 주문의 경우, 내가 일했던 수원 A지점은 백화점에 입점되어 있는 매장이었기 때문에 포스기가 두 개다. 자체 포스기 하나, 백화점 포스기 하나 이렇게 두 개였다. 그래서 정산 마감 때 이 둘의 정산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 계산할 때 조금 복잡했다. 잘못했다가 똑같은 주문 건이 두 번 결제되는 경우가 생겨 정산이 맞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본사에 연락해서 결제 취소를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이 실수를 저지를 경우 돈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손님에게 피해를 제대로 끼치게 되는 거라 손님의 컴플레인은 물론이고 선임들에게 엄청 혼난다.
이렇게 마감과 피크 타임 근무에 조금 익숙해지자 나는 레시피 교육을 받게 되었다. 나도 드디어 음료를 만든다는 생각에 무지 기뻤다! 점장님께서 레시피가 적힌 종이를 주시면서 커피는 아직 못 만드니 커피 종류를 빼고 나머지만 외우면 된다고 하셔서 영어 단어 외우듯 열심히 외웠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외워도 만들어
보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까먹어 열심히 외운 게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그래서 외우기 쉬운 것부터 조금씩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커피 종류를 빼고 거의 다 외우게 되었다. 음료를 만들 줄 알게 되니 음료 만들기에 재미가 생겨 내가 만들 수 있는 음료 주문이 들어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음료를 만들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배우고 실수하고 혼나고 때로는 칭찬도 듣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근무한 지 어느덧 2달이 흘렀다.
피크 타임*-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으로, 주로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몰린다.
내가 일했던 지점은 백화점 입점 매장이었기 때문에 로드샵 매장보다 손님이 2배로 더 몰렸다.
샷*- 에스프레소(머신에서 압력으로 추출한 커피 진액)를 이르는 말로, 카페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이다.
TMI
1. 머신에서 샷을 뽑는 방법을 처음 출근했을 때 바로 가르쳐주는 곳도 있지만, 근무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알려주는 곳도 있다.
2. 음료 만드는 걸 보조하는 사람은 주로 샷을 뽑는 사람이 바로 음료에 바로 샷만 부울 수 있도록
컵에 얼음과 물이나 우유를 부어놓고 음료를 만드는 사람에게 에이드 퓌레나 블렌더
통에 스무디 재료를 넣어주는 등 피크타임 같이 바쁠 때 음료 제조의 효율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3. 내가 위에 써놓은 실수들은 내가 매장에서 일하면서 실제로 했었던 실수들이다.
※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저의 모든 글의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길지만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프차 카페 에피소드는 총 4편에 거쳐서 업로드될 예정이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하지 못한 남은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에는 첫 편에서 언급했던 본 매장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볼 예정이니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