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성장한다
<전편 참고>
※ 이 글은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표지 사진은 제가 집에서 직접 만든 케이크입니다.
햇살이 눈부친 아침, 7시를 알리는 알람과 함께 창문 너머 온 빛에 눈이 맞아 잠에서 깬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출근 시간.
비몽사몽 깬 나는 눈을 비비며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씻은 뒤 옷을 갈아입고 보조배터리, 우산 등 출근 때 필요한 온갖 것을 넣어놓은 출근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케이크 공장은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여유 있게 나와 걸어가는 편이다.
출근하는 길에 잠시 편의점과 빵집에 들러 오늘 점심으로 먹을 삼각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간식으로 먹을 빵을 사간다. 편의점과 빵집에 들른다는 건 공장에 거의 다 왔다는 소리이다.
공장에 도착했다. 실내화로 갈아 신은 뒤 탈의실로 들어가 근무복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나와 자리에 앉아
팀원들과 함께 아침 조회를 기다린다.
근무 시간이 다 돼 가자 각 팀의 직급자분들이 나와 아침 조회를 시작한다.
"오늘은 치즈 케이크와 초콜릿 케이크를 생산할 겁니다.
오전에는 생산해서 오후에는 포장할 예정입니다.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파이팅 합시다! 이제 생산실로 이동합시다!"
직급자의 조회 끝과 동시에 우리는 세탁된 앞치마와 팔토시를 챙겨 조리화로 갈아 신은 뒤 생산실로 이동한다.
생산실에서 손을 씻고 말리고 소독한 뒤 마카롱 공장 때처럼 바람 먼지 제거기를 거친 뒤 제조실 안으로 이동한다.
제조실 안에 들어와 팔토시와 락테스 장갑까지 끼면 근무할 준비 완료다.
(머리망과 모자는 생산실 이동 전 미리 써야 한다.)
그렇게 근무 준비를 완료한 직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본격적으로 케이크를 생산할 준비에 돌입한다.
어떤 직원들은 생산에 필요한 도구를 카트에 담아 끌고
오고, 어떤 직원들은 전날 미리 만들어둔 케이크 시트를 꺼내 시럽을 뿌리고, 어떤 직원은 크림을 가져와 직원들이 케이크를 생산하며 크림을 바로 쓸 수 있도록
짤주에 크림을 담아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럼 나머지 직원들이 테이블에 비닐 덮은 팬 위에 케이크 시트를 깔아 세팅한다. 세 팀으로 나누어서 근무하지만 포장을 담당하는 한 팀 빼고는 제조는 항상 두 팀이 함께 제조한다.
나는 오전 첫 업무로 직원들이 근무하기 편하도록 크림을 짤주에 담아주는 역할을 맡았다.
크림 담는 작업을 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툴러 계속 짤주에 크림을 담는 작업을 하다가 양 조절을 못해 짤주가 넘치거나 크림을 담는 국자(?)의 손잡이가 어느 순간 크림 범벅이 되어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양 조절하는 데만 집중하다 어느새 짤주에도 크림 범벅이 되어 있다.
처음에는 미리 크림을 소분해 놔 여유롭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직원들이 크림이 담긴 짤주를 가져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가져가는 속도에 비해 담는 속도가 느린 나는 결국 밀리게 된다.
그러자 한 선임분이 태양처럼 등장해 잠시 내 옆에서 같이 크림을 담아주고 나에게 크림 담는 요령을 알려주다 밀린 속도를 따라잡은 뒤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역시 선임은 대단하고 멋지다. 이래서 선임 선임 하나보다!)
그렇게 나는 선임분이 알려준 요령대로 짤주에 크림을 담는 작업을 이어갔고, 처음보다는 조금 수월해진 거 같다.
크림 담는 작업이 끝나고 나는 크림이 발라진 케이크 시트 위에 부재료와 시트를 올리는 업무를 맡아 테이블을 돌며 내 앞에 직원이 케이크 시트 위에 크림을 바르면, 나는 그 위에 부재료를 올린 뒤 케이크 시트로 덮어준다. 내가 그 작업을 하면 내 뒤에 있는 사람은 다시 그 위에 크림을 올리고 또 그 뒤에 있는 사람이 시트를 덮고... 정해진 수량의 케이크 생산이 끝날 때까지 이의 반복이다.
정해진 수량의 케이크 생산이 끝나고 다 만들어진 케이크로 꽉 채워진 렉카를 냉동실에 넣고 테이블을 소독하고 바닥을 쓸고 닦고 도구 정리까지 뒷정리를 마친 뒤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아침에 사 온 삼각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컵라면에 따뜻한 물을 부으며 빵을 가지고 자리에 앉아 잠시 폰을 보며 컵라면이 익길 기다린 뒤 드디어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은 총 1시간 10분으로, 점심을 다 먹고도 충분한 시간이라, 점심을 다 먹은 뒤 시간이 남으면
남은 시간 동안 양치를 한 뒤 밀린 웹툰을 정주행 한다.
정신없이 밀린 웹툰을 정주행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근무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다시 앞치마와 팔토시를 챙기고 생산실로 이동한다.
오전과 같은 루틴으로 생산실로 입장한 뒤 오후에는 포장 업무가 예정되어 있어 포장실로 이동한다.
포장실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모든 팀원이 다 모이자 본격적으로 포장 준비를 시작했다.
전날 제조한 케이크를 포장하기 위해 냉동실에서 포장실로 케이크가 꽂힌 렉카를 옮기는 작업과 케이크 자르는 기계를 세팅하는 작업, 포장에 필요한 상자와 케이크 덮을 유산지를 세팅해 놓는 작업을 나를 포함한 팀원들이 나눠서 진행하면 포장할 준비가 완료된다.
오후 업무에서 나의 첫 업무는 선임과 함께 둘이서 케이크 자르는 기계로 케이크를 자르는 작업을 맡았다.
기계로 케이크를 자르는 방법은 규격과 눈금이 적혀있는 동그란 판(사격 점수판이랑 닮음)에 케이크를 올려 둔 뒤 케이크가 가운데 원에 삐져나오지 않고 일정하게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후에 컷팅 시작 버튼을 눌러 케이크가 세팅된 값대로 컷팅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한다. 케이크 조각이 일정하게 컷팅된 것이 확인되면 바로 케이크를 포장하는 직원들에게 넘긴다.
케이크가 케이크를 자르는 동그란 판에 있는 선 안에 제대로 세팅하지 않으면 일정하게 케이크 컷팅이 되지 않는다. 또한 케이크를 들어 판 위에 올릴 때 케이크를 떨어트리거나 뒤집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케이크가 얼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도 조심하여야 한다.
자르는 건 기계가 하지만 세팅하는 거부터 다음 단계 직원에게 전달하는 것까지 실수 없이 신중하고 빠르게 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선임과 요 며칠 동안 포장 업무를 하는 날이면 계속 이 업무를 맡았었기 때문에 선이 삐져나오게 세팅해 조각이 일정하지 못하게 나왔다고, 작업 속도가 느려 다음 단계 직원에게 전달하는 게 늦어져 밀린다고, 그 외의 잦은 실수 등등으로 선임에게 자주 혼났었다.
하지만 나에게 며칠 동안 꾸준히 같은 업무를 맡겨주신 덕에 어느새 업무가 익숙해서 속도가 점점 붙고 잠시 동안은 선임 없이 혼자 할 수 있게 되었고, 혼나는 게 점점 줄어들었고 오히려 칭찬을 받게 되었다. 매우 뿌듯하고 계속 가르쳐주신 선임분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케이크 자르는 작업이 끝나고 나면(청소는 마지막에) 바로 다음 단계인 케이크 포장으로 넘어가 남은 작업을 함께 한다.
케이크 포장은 테이블에서 마주 보면서 작업한다. 테이블에 한 줄로 서 있는 직원들이 케이크에 띠지를 둘러놓으면 우리는 그걸 상자에 담아 포장해서 한 곳에 모아놓으면 물류를 담당하는 직원이 와서 가져간다.
띠지를 두르는 직원은 정해져 있으며, 자리에 서서 계속 케이크에 띠지를 둘러 앞에 차곡차곡 놓는다. 포장하는 직원들은 띠지가 둘러져 있는 케이크가 있는 자리에 가서 상자에 넣고 포장한 뒤 케이크가 담긴 상자를 한 곳에 모아 놓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래서 포장하는 직원들은 포장이 끝날 때 까지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한다.
포장 업무까지 오후 업무를 마치면 각 팀이 맡고 있는 청소구역에 가서 청소를 한다. 청소 구역은 1달에 한 번씩 로테이션으로 바뀌는데, 이번 달에 우리 팀은 크림 제조실을 청소한다.
청소도구함에 가서 수세미를 챙긴 뒤 바가지에 물과 세제를 섞어 크림 만드는 기계에 부은 뒤 수세미로 구석구석 깨끗이 닦기 시작한다. 크림을 만드는 기계라 워낙 더러워서 청소하는 데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려 한 사람당 기계 하나씩 맡아서 청소한다. 몇몇 직원이 기계를 붙잡고 청소하고 있으면 다른 직원들은 빗자루를 가져와서 쓴 뒤 물이 나오는 호스를 가져와서 물을 뿌린 뒤 와이퍼로 물을 걷어낸다. 마지막으로 크림실에 있는 테이블과 기물, 크림실 문, 벽에 묻어 있는 크림을 쓸고 닦아주면 크림실 청소가 끝난다.
드디어 퇴근시간이다! 하루 종일 일해서 조금 지쳤지만
모든 업무를 마쳐서 돌아가는 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탈의실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는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탈의실에 있는 같이 일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밖으로 나와 다른 직원들과도 인사하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밖으로 나와 퇴근한다.
오늘도 무사히 케이크 공장에서의 하루를 마쳤다.
아직 신입이라 우당탕탕한 나날들이 일상이지만, 계속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늘어나겠지.
오늘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케이크 공장의 하루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이 루틴의 반복일 것이다.
*렉카- 평철판(오븐 굽는 판)이나 타공판(구멍 뚫린 판으로 위에 유산지나 비닐을 깔고 제품을 두는 판)을 층층이 꽃아 놓을 수 있는 것으로, 바퀴가 달려있어 끌고 다닐 수 있으며, 주로 일반 베이커리나 베이커리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케이크 공장 에피소드는 해당 에피소드를 포함해서 총 3편으로 업로드될 예정이며, 해당 에피소드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케이크 공장의 마지막 에피소드로 케이크 공장에서 퇴사하게 된 에피소드를 풀어볼 예정이니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