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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같았던 3개월의 직장생활

이번에도 퇴사합니다

by 연두

13화 오늘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케이크 공장의 하루

<전편 참고>



※ 이 글은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케이크 공장 마지막 에피소드 입니다.


내가 케이크 공장의 직원으로서 일한 지 어느덧 2달이 지났다. 케이크 공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첫 직장인

마카롱 공장에서 일했을 때보다 시간이 매우 빨리 흘러갔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루틴과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쉬는 이 생활이 흡사 직장이 아니라 학교 생활을 하는 느낌

이었다.



하지만 나는 주말에도 쉴 수 없었다. 왜냐하면 포토샵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부터 계속 따고 싶었던 자격증 중에서 하나였기에 기꺼이 소중한 주말을 반납했다. 게다가 최근에 교회도 다시 다니기 시작해 일요일에 교회에 예배드리러 가야 했다. 그렇게 나는 꽉 찬 스케줄로 1달이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가 버렸다.



케이크 공장에서의 근무는 처음 입사했을 때 보다 많이 적응했고 역량도 많이 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떨어뜨릴까 망가질까 무서웠던 케이크도 이제 자신 있게 들 수 있게 되었고, 지난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던 케이크 자르는 업무도 적응해서 가끔 혼자도 할 수 있게 되어 포장에서의 다른 업무들도 종종 맡게 되었다. 케이크 위에 파우더를 뿌리는 작업이나 케이크에 띠지 두루는 작업, 케이크 상자 접기 등 사소해 보여도 다양한 업무를 맡았었다. 제조 업무에서도 선임분께서 알려주신 업무에 맞는 도구를 챙겨 오거나, 케이크 데코 및 틀 빼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니 실수해서 혼나는 날도 가끔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아서 보람도 있었고 열심히 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다.



비록 사회 안에서의 나는 사회 밖에서의 나보다 2배는 내성적이라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다가가지 못해서 여전히 어색 어색하긴 했지만, 그거랑 상관없이 잘해주신다. 입사 첫날 앞치마를 잘 못 입었는데 본인이 입고 있는 앞치마랑 바꿔주시고, 생일에 출근했는데 카톡 보고 먼저 축하해 주시고, 근무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주셔서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셔서 더욱더 좋았다.



( 친해지고 싶긴 했는데, 다가가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친해져야 일하기 편해질 텐데,, )



그래, 이곳에서 일하는 루틴도 사람들도 다 괜찮았고, 업무도 보람 있었고, 꽉 찬 스케줄도 바쁜 게 좋으니

만족한다 이거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과연 이것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이 생각은 며칠 동안 내 머릿속을 여러므로 괴롭혀왔다. 첫 직장에서 공장이 아니라고 생각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해봤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역시 나에게는 공장이 맞는 걸까 싶어 다시 공장으로 돌아왔는데... 역시 수많은 사람들에 치여 단순 노동으로 일하는 건 나와 안 맞나 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잠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었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힘들어서 그만뒀는데, 다시 공장 일을 해보니 다시 하고 싶어 지네? 사실은 카페 일이

안 맞아서 그런 거였을 수도 있겠지만, 정작 여전히 하고 싶었던 건 카페 일이었고, 그 카페 일을 지속하기에는 내가 일했던 그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맞지 않았던 거야. 내가 하고 싶고 잘 맞는 건 공장 일이 아니었어. 이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나아가야겠어. 이곳도 여러므로 기회가 많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 같아. 역시 퇴사해야겠어"


라고 생각하고 퇴사하겠다고 마음을 정리한 나는 이번 달 말에 퇴사한다고 우리 팀 직급자분들께 말씀드리게

되었고, 이곳에서 일 한지 2달 반이 되는 날, 함께 일한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나는 이곳을 퇴사하게 되었다. 물론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케이크 공장 제조팀 단톡방도 바로 나갔다.


정말 3일 같은 3개월의 직장 생활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이직 2번 차 직장과의 인연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부터 나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p.s. (주저리주저리 주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엔 늘 크고 작은 꿈과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향한 발걸음, 앞에 놓인 현실 상황 즉, 먹고사는 생계에 대한 생각과 대처 방법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항상 고민한다. 자신에게 큰 이득이 되는 것이 없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아니면 당장 눈앞에 있는 현실 즉, 먹고사는 생계를 위해 혹은 하고 싶은 일이 없어하고 싶지 않아도, 아니 죽어도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말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하고 싶은 것의 절반 이상이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즉흥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이를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학생 때 못해본 게 너무 많은 탓에 성인이 돼서 다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생긴 열정이라 이를 쉽게 져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이겠지.


하지만 사람이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으며, 향후 커리어와 생계 안정을 위해서라면 나처럼 살면

안된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현타가 온다. 이직을 대체 몇 번을 하는 건지.


부모님은 지금 나는 커리어보다는 경험을 쌓는 단계라고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만큼

직업적인 면에서도 빨리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이 급한 것 같다.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다!


하루에도 내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것을 이뤘다는 보람,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해서 생긴 어리석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목표를 향한 발걸음, 또 직장을 퇴사했다는, 이직을 또 해야 한다는 현타와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독자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어떠한 꿈이 있고, 이를 이루려고 하시는지,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또한 나처럼 늘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오직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려는 마음과 안정적으로 생활을 유지하면서 사회적인 지위를 높이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내적 갈등을 일으키면서 살고 있지 않은 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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