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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희 Aug 05. 2023

길냥이들에게도 인생은 있다. 4

그렇게 엄마가 되어간다.

 까미네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두 모였다.

까미는 올해도 새 아기들을 출산했고 까미가 작년에 출산했던 새끼들 네 마리중 세 마리도 새끼를 출산했다. 어느 곳에 출산 보금자리를 잡았는지 꼭꼭 숨겨 놓아 알 수 없었지만 밥 주는 시간에는 나타나 얼른 먹고 사라졌다. 그리고 모처럼 여유가 찾아왔는지 내 옆으로 모여든다.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지난 아깽이들은 사람 아기처럼 호기심이 많아지고 사고도 많이 치며 이유식이 필요하듯 아깽이들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어미 냥이들은 사냥을 해서 아깽이들을 먹이고 돌봐줘야 한다. 어미들의 모유는 커가는 아깽이들의 배를 채우기에 부족해지고 새끼들은 사정없이 어미의 젖을 빨아대서 어미의 얼굴은 홀쭉해지고 뱃살은 말라서 앙상한 뼈가 온전히 드러난다. 그런 어미들이 안쓰러워 고양이용 닭가슴살을 한 덩어리씩 주면 그것을 물고 새끼들 있는 곳으로 간다. 새끼들은 신나서 어미가 물고 온 사냥감을 먹기 바쁘고 어미는 입맛만 다시고 다시 나에게 온다. 또 달라는 것이다. 또 줘도 자신의 입에서 흐르는 침을 흘려가며 새끼에게 온전히 가져다준다. 자기들도 무척 먹고 싶은 맛난 고기 덩어리일 텐데 자기 배보다 새끼들 배가 먼저인 것이다.


 새끼들 배가 어느 정도 채워지고 나니 어미들은 내 곁으로 와서 누웠다. 그리고 곧 눈을 감고 잔다. 태어난 지 일 년도 채 안된 새끼들도 어미가 되어 자신의 어미가 그러했듯이 그대로 자식에게 헌신적인 어미 노릇하느라 무더운 이 여름 더 지쳐 보인다. 어미가 된 까미의 새끼들은 까미 옆으로 와서 길게 몸을 피고 누웠다.  어미가 되었어도 엄마의 품이 편안한가 보다. 지치고 피곤한 어미의 모습에 나도 잠시 이들 곁에 앉아 있었다.

산다는 게 뭔지..... 또다시 고달픈 나의 인생이 겹쳐 보인다.

어미노릇하는게 이토록 고달프고 버거운 것인 줄 았다면 어미가 되었을까?....


 그러나 까미는 벌써 세 번째 새끼를 낳았고 지극정성으로 키워냈다. 온몸이 새까맣던 털은 염색물 빠지듯 허연 검정으로 변했고 듬성듬성 뽀얀 속살이 보인다. 털이 빠지고 색도 빠진 것이다. 출산과 육아가 얼마나 고달팠으면 털색깔이 빠질까 싶다. 까미는 작년에도 그러했듯이, 재작년에도 그러했듯이 올해 출산한 새끼에게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엄마다. 


삶도 육아도 홀로 견뎌야  하는 것이 사람이나 고양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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