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윈 과제의 효능

<19년 살아본 보고서> 8.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 9

by 문현호

'영재고'라고도 불리는 경기과학고등학교에서 2학년이 된 저는 낮은 성적 문제와 애착 불안 문제를 동시에 마주했습니다. 자존감은 무너지고, 마음의 안식처는 무너졌으며, 심한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8장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에서는 제가 그 우울증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 어떻게 자존감과 행동력을 되찾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퀵 윈 과제를 이용했습니다. 퀵 윈 과제는 반드시 빠르게 성공하는 아주 작은 과제를 의미합니다. 이는 작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제공하며, 팀과 개인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빠르게 채워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퀵 윈 과제의 효능

그 외에도 저는 수많은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보고자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일들부터 이야기하자면, 꼭 만들어보고 싶었던 수플레 팬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떠올리고만 있던 비즈 공예품도 잔뜩 만들었어요. 같은 동인 음악 팀에서 화음 가이드와 악보를 만들기도 했고, 직접 녹음을 해보거나 AI 프로그램으로 보컬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시간이 남다 보니 책을 몇 권 사서 읽어봤습니다. 특히 책을 사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우수독후감상을 다시 받고 싶어서 열심히 독후감을 쓰기도 했습니다. 결국 1학기에만 8천 자 정도 되는 독후감을 6개 제출하여 우수독후감상을 다시 받아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그 결과에서 좋은 책의 기준과 찾는 법, 읽기 편한 글의 특징과 그런 글을 쓰는 법처럼 새로운 지식도 많이 얻었습니다. 제가 글을 잘 쓰는 것 같다는 일종의 효능감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고요.

다만 겨울방학 동안 가장 규모가 컸던, 제 생각과 시간을 가장 많이 소모했던 퀵 윈 과제는 일기와 기타, 그리고 작곡과 영상 편집 정도였습니다. 작곡도 일단 원하는 결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만들다 만 샘플도 나중에 보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이 과제들은 시간을 많이 쏟은 만큼 다른 과제들에 비해 더 많은 성취감을 얻었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퀵 윈 과제는 자존감이 떨어진 저에게 자존감의 원료인 성취감을 빠르게 안겨주었습니다. 그렇게 채워진 자존감은 우울이라는 안개를 걷어주었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어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몇 개 해낸 것뿐인데,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할 수 없다’에서 ‘하고 싶다’로 변했던 제 생각은 퀵 윈 과제를 통해 더 나아가 ‘할 수 있다’로 변해갔습니다.


저는 일단 자존감이 떨어진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뭐라도 가볍게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중요한 퀵 윈 과제를 말이에요. 하지만 정확히 뭘 해야 할까요? 막상 사람들은 유튜브든 웹소설 작가든 하고 싶은 걸 이야기하곤 하지만, 이상하게도 ‘너무 거창한 꿈이다’ 라는 이유로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진로에 관련이 없다던지, 하는 이유로 말이에요.

심지어 그 과제는 적절한 퀵 윈 과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퀵 윈 과제는 성취감이 충분히 있으면서 포기하지는 않을 정도로 적절한 난이도와 소요 시간을 가지고 있어야 할 거에요. 하지만 그 난이도와 소모 시간을 시작하기도 전에 알 수는 없죠. 결국 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건 조금이라도 다 시도하라’ 정도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일부는 실패하더라도, 일부라도 성공한 과제가 성취감을 안겨줄 거에요. 결국 실패라더라도 그 과정이 즐겁기만 하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일 겁니다.

보통 퀵 윈 과제는 생산적인 과제가 많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않은 과제도 괜찮습니다. 게임도 괜찮아요. 그냥 그렇게 잠깐 즐기다가,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 때 다른 새로운 걸 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특히 퀵 윈 과제는 굳이 자신의 전공이나 기존 업무와 같을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완전 다른 분야를 한다면 성공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죠. 여러 리더십 책들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앞에서 만들어 낸 체력과 여유 시간으로 몇 가지 퀵 윈 과제를 시도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성취감과 자신감, 자존감을 얻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과제들은 목표치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고, 몇 가지는 아예 실패하기까지 했어요. 그럼에도 저는 충분한 성취감을 얻었죠.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하는 경험은, 그 경험만으로도 자존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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