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작가님들과의 하루

봄처럼 스며든 하루의 온기

by 박영선

3월 28일. 오늘은 서울에서 브런치 작가님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혹시 늦을까 알람을 6시에 맞춰두었는데, 눈은 그보다 먼저 떠졌다.


소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작한 공부였다.

막연한 동경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훨씬 깊고 어려운 세계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그 안에 머물고 싶었다.


수필로는 다 담지 못했던 마음들이, 이곳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약속 장소는 서울역 근처의 ‘더하우스1932’.

오래된 적산가옥을 개조한 카페는 미로처럼 이어져 있었고, 우리는 한참을 오르내린 끝에 지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더 하우스.png

“혹시… 정윤 작가님이세요?”

이름보다 필명이 먼저 나왔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가볍게 맞잡으며, 글 속에서만 보던 이름을 실제 얼굴과 연결했다.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이미 글로 만나왔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일까. 처음인데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자연스러웠다. 정윤 작가님을 중심으로, 운채 작가님과 하빛선 작가님, 글바트로스 작가님, 끌레린 작가님, 그리고 나까지—여섯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윤 작가님은 소설을 쓰는 태도와 플롯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주었고, 우리는 각자 소설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어려움을 꺼내 놓았다.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자리를 옮겨 만리재의 식당으로 갔다.

리조토와 피자, 여섯 가지 요리를 주문했는데, 남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접시는 금세 비워졌다. 맛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이야기가 이어져서였을까.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것이 그때서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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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채 작가님의 책을 들고 간 나는 조심스럽게 사인을 부탁드렸다.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명리학 이야기로 이어졌고, 그 자리에서 짧은 강의처럼 풀어지는 시간이 흘렀다.

프랑스 유학시절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신 글바트로스 작가님과 자녀 교육에 진심인 끌레린 작가님의 시원하고 똑부러진 이야기에도 시간가는 줄 몰랐다.


루마니아에서 잠시 한국에 들른 하빛선 작가님은 작은 책 클립을 하나씩 건넸다.

손에 쥐어지는 그 작은 물건이, 마음의 온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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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기차 시간에 맞춰 우리는 함께 서울역으로 향했다.

플랫폼 입구에서 한 사람씩 인사를 나누는데,

아까보다 조금 더 오래 손이 머물렀다.


글로만 알던 이름들이 이제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 창밖으로 봄이 스쳐 지나간다.

아직은 서툴고 어렵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