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설적 글쓰기에 대하여

12주차~1학기를 마무리 하며

by 박영선


브런치에서 나는 아직 부족한 글 실력으로 에세이와 수필을 써 왔다. 브런치에 입성한 지 이제 여덟 달, 연재일에 맞춰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84편의 글이 쌓였다. 에세이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삶 속 이야기,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기억을 꺼내 놓게 된다. 그 과정은 익숙하고 안전했지만, 동시에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야기의 중심이 늘 ‘나’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 감정은 넘치는데 서사는 확장되지 않는다는 자각이 자주 따라왔다.


그 무렵 나는 인물에서 조금 벗어나 사물에 시선을 두는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사람 대신 물건을 바라보고, 사건 대신 장면을 붙잡아 보려 했다. 그러다 우연히 정윤 작가님의 소설기초반 강의를 알게 되었고, 오래 망설이지 않고 수강을 결심했다. 수필의 언어를 넘어 상상과 허구를 다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 에세이도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내가 소설이라는 영역에 발을 들여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지만,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다음 단계로 가고 싶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소설기초반에서의 12주는 생각보다 밀도가 높았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기, 감각을 통해 장면을 구성하기, 불필요한 문장을 덜어내는 훈련은 소설뿐 아니라 수필을 쓰는 나의 태도까지 바꾸어 놓았다. 특히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장면으로 드러내는 연습은 글을 쓰는 동안 가장 많이 부딪힌 벽이기도 했다. 익숙한 설명을 지우고 남은 문장을 견디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고된 작업이었다.


숙제 글을 제출할 때마다 나는 자주 방향을 잃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보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더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른 수강생들의 글을 읽으며 내가 보지 못한 선택지들을 발견했고, 문장을 줄이고 고치는 과정에서 글이 단단해지는 경험도 했다. 문장 훈련을 통해 소설의 기본 요소를 ‘이해했다’기보다 ‘몸으로 조금 느끼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울수록 소설은 더 두려운 장르가 되었다. 소설은 마음 가는 대로 흘려보내는 글이 아니라, 치밀한 설계와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에세이의 단정한 문법을 깨고 소설의 거친 야성으로 나아가려는 치열한 움직임을 이야기하신 부분에서는 설렘과 동시에 불안감이 스멀거리기도 했다. 이미 소설을 써 오고 계신 작가님들 사이에서, 막연한 상상을 서사로 바꾸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지난 12주는 분명한 전환점이었다. 소설을 써보지는 못했지만, 글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이전과 달라졌다. 무언가를 잘 쓰겠다는 욕심보다, 장면 앞에 오래 머무는 태도, 쉽게 설명하지 않으려는 인내, 그리고 무엇을 쓰지 않을지 스스로 결정하는 법을 배웠다. 다가올 2학기 수업에서 서사적 근육을 키우는 구체적인 전략을 배운다는 사실은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기대가 된다.


어떤 소설을 써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하다. 다만 지난 12주는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라기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글 앞에 설 것인지를 익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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