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늘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여름처럼 밀어붙이지도, 겨울처럼 매정하지도 않은 채 머뭇거리며 자리를 잡는다. 그 계절의 가장자리에 코스모스가 서 있다.
길가에서 마주친 코스모스는 늘 바람을 먼저 맞는다. 가느다란 줄기 위에 꽃을 올린 채 버티기보다 흔들리는 쪽을 택한다. 나는 그 앞에서 자주 멈춰 섰다. 서두르던 걸음을 늦추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긴장도 함께 풀린다.
코스모스는 오래 피는 꽃이 아니다. 기다림 끝에 나타나지만, 머무름에는 욕심이 없다. 한 계절을 꽉 채우지도 않고 자기 몫의 시간을 짧게 건너간다. 그런데도 그 꽃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기지 않는다.
나는 그 점이 늘 궁금했다. 왜 어떤 삶은 짧아도 충분해 보이고, 어떤 삶은 길어도 허기질까. 코스모스를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유란 시간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자기에게 허락된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예전부터 가장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물으면 코스모스라고 답하곤 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가녀린 줄기 위에 저렇게 당당히 꽃을 올려도 되는지, 그 모습이 놀랍고 부러웠다. 살아가며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그 꽃 앞에서는 이상하게 되살아났다.
강해지지 않아도,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코스모스는 말이 없다. 다만 매번 같은 방식으로 자기 시간을 건넨다. 버티지 않고, 앞서가지도 않으며, 흔들리는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삶의 또 다른 기준을 배웠다.
우리는 흔히 오래 버텨야 한다고 믿는다. 참아내고, 쌓아 올리고,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고 배운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짧아도 괜찮다고, 충분히 흔들렸다면 그걸로도 한 생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코스모스를 닮은 시간을 살고 싶다. 길지 않아도 좋으니 내 몫의 바람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삶이고 싶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