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먼저 머무는 글

리뷰로 만나는 작가들(박영선 편)~현루 작가님의 글

by 박영선


어떤 글은 읽히고 끝나지만, 어떤 글은 내가 쓴 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오늘 그런 읽기를 경험한 날이다. 내 브런치북의 글 한 편이 누군가의 리뷰로 다시 태어났다. 그 사실만으로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그 글이 내가 의도했던 지점보다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미처 말하지 못한 문장들, 감히 다 쓰지 못하고 남겨 두었던 여백까지 그는 조심스럽게 짚어내고 있었다.


그는 바로 현루 작가님이다. 전직 승려였던 이력, 불교에 대한 깊은 사유, 그리고 스스로를 중도 장애인이라 밝히는 태도까지. 그의 글에는 늘 삶을 바라보는 다른 결의 호흡이 있었다. 빠르지 않고, 설명하려 들지 않으며, 쉽게 판단하지 않는 문장들. 나는 그 점이 늘 대단하다고 느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읽는 사람’의 자리에서 내 글 앞에 섰다.

그것도 아주 성실하게, 오래 머무르며.


나는 그 리뷰를 읽으며 두 번 놀랐다. 먼저 나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소개해 주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보다 더 크게는 내 글을 나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한 단계 더 사유의 자리로 끌어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리뷰는 ‘동백’이라는 꽃을 통해 이별과 존엄, 기다림과 낙화의 철학을 천천히 따라간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글을 대하는 한 작가의 태도에 가까웠다. 화려한 언어 대신 절제된 문장으로, 감정을 과잉하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자리를 남겨두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 읽기 앞에서 내가 쓴 글이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졌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답례이기도 하고,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런 방식으로 글을 읽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현루 작가님의 글은 알리기보다 스며들기를 선택하는 글들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많은 독자에게 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이 글들은 조용히, 그러나 오래 남을 글이라는 것을. 나는 아직 그의 글을 많이 읽지 못했다. 요즘은 매일 조금씩 읽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한 편을 읽고 나면 잠시 멈추게 되는 글들 이어서다. 마치 숲길을 걷듯, 앞으로 얼마나 더 깊어질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계속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이 매거진은 한 작가의 리뷰를 소개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읽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를 내가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의 기록이다.


현루 작가님의 글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글 앞에 서는 법을 배웠다.

리뷰 전문은 아래 링크로 대신한다. 이 글을 통해 나는 한 사람의 글을 소개하기보다,

한 사람의 읽는 태도를 전하고 싶었다.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사유하며 읽는 한 작가를

여러 작가님들도 만나보시기를 권한다.


https://brunch.co.kr/@kimgeon/473

리뷰로 만나는 작가들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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