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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샘 Nov 29. 2023

<숲 속의 자본주의자>

내 방식대로 사는 법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지만 완전한 삶 ; 박혜윤 지음, 다산북스, 2021.>



읽을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책이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읽으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받는다.

그런데 읽다 보면 저자는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이라기보다, 지극히 평범한데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는 사실이 남는다. 단순히 남의 이력만 듣고 나는 절대 그렇게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남이 이룬 것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동경 때문이다.

저자의 삶이 한 개인의 철저한 자기 탐구에서 비롯된 자유로운 삶이라는 걸 알고 나면, 남는 것은 그렇게 살아가고자 시도한 자에 대한 부러움과 나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겠다는 단순한 자신감이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라니, 숲에서 산 사람의 이야기 <월든>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맞다. 저자는 <월든>을 곱씹어 읽을 정도로 그 책을 좋아한단다. 그렇다고 소로의 삶을 동경해서 시골살이를 한다고 넘겨짚어서는 곤란하다. 자본주의의 물질적 편리함을 차마 버리고 살지 못하는 우리의 정서가 저자에게도 있다. 그 경계에서 자신이 어디까지 돈벌이에 종속되지 않고 살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삶을 산다. 그 시도가 일단 범상치 않다.


소로처럼 극단적 자연주의에 치우치지도 않고, 이상을 이상으로만 남겨두고 자본주의에 함몰되지도 않는다. 이상과 현실, 그 사이에서 긴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생계도 이어가는 삶은

극단적 가치의 무모한 실현이 아니라 누구나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용기 있는 삶, 멋지다. '어디에 있든, 어떤 방식으로 살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음미하는 법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가 선명하게 와닿는다. 


저자의 삶이 부럽다고 해서 똑같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어떤 방식으로 살든,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 삶의 성공과 실패는 남들의 잣대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빅터 프랭클이 말하는 '의미 있는 삶'과 같은 맥락이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 실현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다들 이러고 살아' 혹은 '어차피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라는 식의 체념은 지양해야 한다. 저자가 실험한 삶이 대단해 보이는 이유도 그것이 절대적인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의미를 추구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먼저다. '삶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유가 있다'라고 말하는 저자로부터 배운 것은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용기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려고 스스로를 탐구한 삶의 태도다. 나를 알고 나면,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하는 선택과 행동에 대해 '이게 과연 잘하는 걸까'라는 흔들림이 사라지는 것이다. 


삶의 자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 기대와 통념에 휘둘리지 않고, 두 발 딛고 있는 내 환경 속에서 줏대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줏대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지독한 자기 탐구는 필수다. 그러니 돈을 많이 갖고 싶은 욕망도,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을 하기 싫은 마음도 인정하자. 일은 하기 싫은데 돈은 벌고 싶다면 그 모순된 욕망 사이의 타협점은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을 찾는 힘은 자신을 아는 데서 나온다. 자기 탐구와 욕망 사이에서 가장 편안한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 자유로운 삶의 여정이다.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리를 찾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니 저자의 삶을 부러워하되 나와 비교하지는 말자.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내 방식대로 원하는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이상향의 숲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다. 소로의 삶을 좋아하지만 숲 언저리에서 자본주의의 이로움도 누리는 저자의 삶이 매력적인 것도 자기 방식을 찾았기 때문이다. 내 스타일의 삶을 궁리하게 만드는 책이라 그 만남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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