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탐구하다 뇌과학을 만나다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LIVEWIRED The Inside Story of the Ever-Changing Brain ;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RHK코리아, 2023.>
"마음이 어디에 있어?"
이렇게 물었을 때 사람들은 어디를 가리킬까? 보통 심장 쪽을 가리키며 마음이 가슴에 있다고 대답한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뇌과학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마음이 어디냐고 물으면 심장이 아니라 머리를 가리켜야 한다.
맹수를 만났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게 먼저인지, 도망가는 행동이 먼저인지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소한 행동에 대해 질문하고 실험하고 이유를 찾아서 설명해 준다는 점이 심리학이 흥미로운 이유 중에 하나다. 두려운 마음이 먼저인지 행동이 먼저인지에 대해서도 심리학에서는 왈가왈부 여러 이론들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존재라는 뜻이다. 이왕 질문이 나왔으니 답을 하지 않으면 찜찜함이 남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정답 없는 문제인 것 같지만, 뇌과학을 알면 알수록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감정은 뇌의 판단 이후에 나타나는 반응이라는 의견에 동조를 하게 된다.
마음이 어디 있냐는 물음에 심장이 아니라 머리를 가리켜야 하는 이유는 마음이 정말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머릿속의 뇌에 마음이 있다. 과학적인 설명을 들어야 납득이 된다면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는 책을 권한다. 뇌의 신비로움을 한껏 즐기게 하는 매력 있는 책이다. 책날개에 소개된 '뇌과학계의 칼 세이건'이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인문학적 비유로 어려운 뇌과학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팔이 세 개인 아이, 눈이나 코 또는 귀가 없이 태어나는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두 팔이 없는 궁사, 앞발 없이 두 발로 걷는 개가
능숙하게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이 책에 제시된 다양하고 신비로운 사례를 통해 뇌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 뇌는 외부 자극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그에 합당한 반응을 한다. 자극의 입력은 노출된 환경의 영향을 받으므로, 성장기의 민감성에 따른 교육이 중요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어린 시절의 자극과 반응 패턴이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매우 과학적인 속담이다. 이 논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욕망'에 따른 반복적인 연습이나 노출이 뇌의 회로를 강화시켜 우리를 전문가로 만든다. 그러므로 목표 의식은 뇌가 중요성을 인식하여 새롭게 재조직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식물이 빛을 향해 반응하는 것을 굴광성이라 한다. 똑같은 원리로 우리 뇌는 새로운 정보에 반응한다. 이를 굴정보성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 뇌가 이미 적응한 익숙한 것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야 우리 뇌가 굳지 않는다. 인지력이 저하되지 않았는데도 사후 부검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은 것으로 나타난 수녀가 많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정신적으로 활발한 생활을 계속하면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말해 준다.
뇌의 놀라운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사용하는 '생후배선'이라는 용어는 '가소성'을 뛰어넘는 엄청난 잠재력을 암시한다. 인간은 얼마나 더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경이로움이다.
100세 시대인 만큼, 많은 시니어들이 젊은이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의 활동을 보면서 깜빡깜빡 잘 잊는 기억력을 한탄하며 늙었다고 하기엔 마흔 중반 나이가 부끄러울 정도다. 뇌가 반쪽이 되어도 잘 사는 것이 사람이다. 나의 뇌가 비겁한 변명과 핑계로 방치되고 있었다. 뇌를 이야기하는 과학책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자기 계발서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두고두고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지만 마음에 남는 (실은 뇌의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를 기록해 둔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왜 중요한가?'
이에 대한 답을 삶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