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행복은 몇 그램일까?
<김현정/신미경/이윤정 지음, 도서출판 지서연, 2020.>
자그마한 판형, 길지 않은 챕터, 흥미로운 남의 이야기.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책이다.
행복한 인생을 꿈꾸지만 행복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다. 무언가를 할 때 스트레스가 풀리고 잡념 없이 그 순간에 몰입하게 되는지 살피면 행복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을까? 별거 아닌 것이 별게 되는 남들의 소확행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고추장의 매력에 빠진 입 짧은 영조.
타자기가 너무 좋아 타자기로 글쟁이가 된 톰 행크스.
하루 종일 기차만 봐도 좋은 드보르작.
작가가 되지 못했어도 인테리어로 먹고살았을 법한 빅토르 위고.
구름만 쳐다보다 기상학의 선구가 된 루크 하워드.
60알의 원두, 8그램의 커피로 영감을 얻은 베토벤까지.
숨겨진 일화들을 잘도 찾아낸 라디오 작가들의 입담이 착 감긴다. 바이올린, 와인, 홍차, 책, 여행, 꽃이 가득한 정원 같은 낭만적인 것부터 담배, 맥주, 패스트푸드, 당나귀, 지렁이 같은 어이없는 것들까지 꽂힌 대상이 뭐가 됐든 그것은 그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든다.
큰아이는 지금 미니어처에 꽂혔다. 실물을 완벽하게 축소한 듯 작고 정교한 미니어처 하우스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일본 전통 가옥들을 벌써 몇 개째 만들어 놓고 마을을 조성할 계획도 세웠다. 작은 아이는 날마다 3D 펜으로 자꾸 뭔가를 만들어낸다. 책갈피를 만들어 책 읽는 데 쓰라며 엄마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고, 층층마다 색을 달리 한 미니 에펠탑을 만들어 책상 위에 전시도 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 커피를 즐기는 남편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뒤로 홈카페를 운영 중이다.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고 맛의 차이를 음미하는 데 열심이다. 매일 아침 홈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아메리카노는 나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이제 나에게 물을 차례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만의 방에서 행복을 찾았듯, 나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 시간이 있어야 마음에 쌓인 피로가 풀린다. 매일 아침 식구들이 집 밖에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지고 나면 서둘러 집안일을 끝내는 이유는 내 시간과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누리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일상의 일들은 저절로 부지런히 해내게 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내 미래를 궁리하다가 다시 현실의 밥을 고민하는 평범한 주부의 일상이 날마다 이어진다. 그 사이사이, 끌리는 것들을 배우고 작은 목표를 하나씩 성취해 가는 재미도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이 나의 대표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나는 그 과정을 즐겼고 행복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행복하기 위해 거창한 것은 필요 없다. 8그램짜리 남의 행복에 대해 알게 되는 소소한 재미로도 충분하다.
책 읽기 하나로도 이미 행복은 내 마음에 가득하다. 고미숙 님의 책 제목처럼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