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지만 별로 아는 게 없다. 동성애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다. 이건 그냥 뇌피셜 덩어리에 불과하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퀴어 영화인 줄 몰랐다.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게 된 경위는 돈이 없는데 시간 때울 게 필요했고 마침 CGV에서 할인 쿠폰을 뿌렸기 때문이다. 포스터 외의 어떤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 5천 원에 영화 한 편이면 남는 장사 아니야? 하는 생각과 함께.
대도시의 사랑법이 퀴어 영화인 걸 안건 키스신에서다. 그 장면을 보았을 때, 이제 동성애 요소가 있어도 퀴어를 붙이지 않고 그냥 로맨스 영화와 동등하게 취급되는 줄 알고 좋아했다. 동성애라는 걸 굳이 붙이지 않고 이성애와 구분 짓지 않는 줄 알고 좋아한 거다. 영화를 본 뒤 유튜브 추천 동영상에 대도시의 사랑법 리뷰가 뜨고 나서야 안 팔릴까 봐 퀴어 타이틀을 안 붙였단 걸 알았다. 포스터만 보면 누구라도 남자랑 여자가 사랑하는 이야기인 줄 알 것이다.
게이인 친구가 몇 있다. 그들이 게이인 걸 밝혔을 때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너랑 나는 친구 사이인데, 니가 게이든 말든 변할 게 없어서 그랬다.
학창 시절 교실에서 싸움이 나면 그걸 말리는 사람, 부추기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선생님을 불러오는 사람 등이 있다. 나는 싸우든 말든 신경끄고 할 일 하는 부류였다. 원래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 내가 동성애자인 친구에게 덤덤하게 반응한 것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여태껏 그 태도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난 상대방이 동성애자든 무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신경 쓰지 않아 문제 된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 태도는 괜찮은 건가? 난 그냥 무관심으로 일관한 게 아닌가 싶다.
퀴어 퍼레이드에 스텝 등으로 참가하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그들이 이성애자인데 왜 참여하는지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다만, 나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오만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다며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게 폭력이라고 생각해 아무 말 않은 것뿐이다. 세상에 진리는 없는 것 같지만, 내가 멍청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그랬다.
가끔 ‘혐오할 권리’라는 걸 주장하는 인간들이 있다. 만약 혐오할 권리라는 게 합리적인 거면 난 손 잡고 지나가는 이성 커플의 아가리를 쳤어야 한다. 왜냐. 배 아프거든. 그게 합리적이면 야심한 시각 길 모퉁이에서 키스하는 이성 커플도 뺨 싸대기를 맞아야 한다. 어디 꼰대한민국에서 그런 행위를.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별 근거를 들지 않아도 이게 비합리적인 주장이라는 걸 알겠지.
영화를 보다 동성애자인 캐릭터가 결혼하는 게 꿈이라는 장면을 보았다. 나는 비혼주의자다. 사랑하기 좋은 조건은 싸우기 좋은 조건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난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이해 못 한다. 하지만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꿈이라니. 그건 그냥 고등학생이 다음 시험에서 수학 1등급 받게 해주세요. 같은 목표 중 하나여야 한다.
언젠가 내 동성애자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길. 막상 받으면 축의금을 어떻게 때울지 곤란할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