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생활을 결심하다.
제주도민이 된 지 어느덧 4개월 차에 들어섰다.
제주도 생활기를 차곡차곡 잘 기록해야지 다짐한 이후, 4개월이 지나서야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상반기 유럽여행이 끝나고 난 이후 어떻게 살까
고민을 많이 했다.
다양한 선택지는 오히려 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각각의 장단점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불안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포기도 용기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호기롭게 외치던 그때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움추러들었고 작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가 그때의 선택을 잘한 것이었을까?
제일 우려했던
(남들은 속일 수 있어도 스스로는 속일 수 없기에)
내 선택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순간 자괴감을 느꼈다.
자신감이 자괴감으로 바뀌는 순간 더 나란 사람이 작게 여겨졌고,
나의 이때까지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기분이었다.
7월 말, 엄마아빠랑 드라이브를 자주 갔다.
훌쩍 떠나, 자주 얘기하며, 종종 울었다.
제주에 살아야겠다 결심한 후 면접을 이틀 남겨둔 날 엄마아빠에게 말했다.(라고 쓰고 '통보했다'라 읽는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 마치 '나는 아메리카노'라고 가벼운 선택을 하듯,
'나 제주도 가서 살게. 학교 공고 떴고, 면접은 이틀 뒤에 있어서 그때 면접 보려고.'라고 말했다.
선택의 시간과 고민의 기간은 힘들고도 길었지만
선택을 내리고 통보를 하는데 까지는 커피메뉴를 고르듯 빠른 시간이었다.
아빠는 '그래, 내 딸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아빠는 언제든지 딸 편이다' 어느 때처럼 지지해 주었고,
엄마는 '어차피 안된다 해도 할 거잖아' 라며 고집스러운 딸 성격에 별 말을 내비치지 않았다.
부모님과 카페를 나서 집으로 돌아와 새벽에 자소서를 썼다.
새벽에 메일로 서류를 발송한 뒤, 그날 아침 1차 서류 합격 소식을 받았다.
그리고 또 부모님과 드라이브를 갔다.
마치 이러한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될 것처럼 조용하고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
드라이브 가는 차 안에서 내일 제주발 편도티켓을 결제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날 새벽, 나는 면접복장과 단정한 머리, 깔끔한 화장을 하고 제주도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