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메토 마보로시

꿈과 환상

by 도리

인상 깊었다.

커다란 흰 소와 함께 거닐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둘은 강 앞의 벤치에서 멈춰 섰다.

남자는 벤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나는 멀리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신경이 언제까지 살아있을까 궁금해서 내 주변 지인에게 내 목을 베어달라고 요청했다. 반은 농담이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나의 목을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 목이 떨어진 나는 내 몸을 바라보며 주위 소리에 집중했다. 나는 사실 농담이 반이었다고, 진심은 아니었다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저 주위의 소리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 나는 나의 시체 주변에서 영의 형태로 되살아나 볼품없이 절단된 내 시체를 정리하는 지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은 어느 정도의 감각이 연결되어 있었던 탓인지, 내 관절을 불편하게 다루는 지인을 보며 탐탁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답답함을 느꼈다. 내가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가 닿지 않았기에 그 어떤 소통도 할 수가 없었다. 답답해진 나는 아직 소멸한 게 아니니 언젠가는 내 육체로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내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느닷없이 희미해진 정신을 차렸을 땐 한 번은 본 듯한 익숙한 그곳에 서 있었다. 소와 남자가 있던 강변말이다.


가까이서 본 소는 그때보다 더욱 하얗고 거대했다. 몸통을 감싼 하얀 털들이 신성하게 빛난다. 나는 소의 얼굴에서부터 옆구리까지 두어 번 크게 쓰다듬고는 그때 그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강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소는 길동무라도 되어 주려는 듯 나와 발맞추어 걸었고, 그것이 의외로 큰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걷다 벤치에 앉아서 아득히 멀리 보이는 강 너머를 응시했다. 그랬더니 울컥, 하고는 설움이 밀려와 고개를 숙이고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이유는 없다. 그냥 모든 것이 슬펐다. 살아온 인생도, 만났던 인연들도, 내가 거닐던 길도,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준 오감도, 또 이 모든 것들을 허용케 해 줬던 자연도 죽음 앞에서는 그저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엉엉 울다 생각했다. 그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도 나와 같은 이유에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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