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중독자의 기사회생

화장실에 내려온 동아줄

by 도리

어젯밤, 11시 49분에 일어난 일이다.


갑자기 검은색으로 염색을 하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염색약을 샀는데,

그 염색약이 아무래도 12시 이후에 늦게 도착할 듯했다.

그리하여 염색은 다음으로 미루고 뒤늦게나마 샤워를 하고 나오려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한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갇혀 며칠 동안 물만 먹으며 지냈다는 내용이었다.

그 상황과 내가 마주한 상황이 겹쳐지며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했다.


우리 집에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일까지는 이 좁은 화장실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여기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잠을 자야 하는가? 그냥 밤을 새야 하는가?

내일 아침에 엄마 아빠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나가면 어떡하지?

등등 여러 생각을 하다가 그만 헛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돌려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네모난 물체를 바라보았다.

나는 애초에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핸드폰 중독자인 나는 화장실을 갈 때에도 무조건 핸드폰을 지참한다.

귀가 심심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 자?"

"아니. 왜?"

"딸 화장실에 갇혔어."


결국 화장실에 갇힌 딸은 불과 3분 만에 엄마에 의해 구출되었다.


핸드폰이 없었다면 나는 정말 화장실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을지도 모른다.

핸드폰 덕분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핸드폰 때문에 정보과부화 상태에 놓인 건 아닌지 염려되었다.


나는 이제 어딜 가든 심심한 상태를 못 참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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