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내 선 자리는 쫌 슬프다.
여러 관(官)에서 하는 공사를 보면 자주 목격하게 되는 장면.
작고 왜소한 늙은 작업자들이 일을 하고, 곁에는 용역 업체 관리자인 듯한 덩치 큰 중년 사내가 호랑이 같은 눈빛으로 작업지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엔 발주처의 공익인 듯한, 혹은 직원인 듯한 더 크고, 더 뽀얗고, 더 젊은 친구가 무료한 듯 휴대폰을 보고 있다.
작업자가 여럿일 때도 단 둘일 때도 언제나 관리자는 그렇게 두 명이다. 관리하는 두 사람은 덩치도 좋은데 그냥 넷이 같이 하면 금방 일이 끝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럴 리가. 하긴 요즘 세상일이 다 저런 식이지 않나 싶다. 아버지 세대의 60 넘은 육체 노동자들, 4-50대 우리 또래 관리자, 그리고 사무실이 아니라 현장에 나와서 짜증이 난 20대 공무원까지.
내가 보기에 가장 기괴한 점은 일하는 깡마른 노인들이 어째서인지 늘 웃는 얼굴이라는 점이다. 다음에도 일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꺼운 표정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관리자도 마찬가지다. 작업하는 노인들을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보다가도 끝나고 갈 때에는 공익에게 웃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익은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웃지 않지만.
이게 눈에 밟히는 이유는 요즘 세상의 축소판 같아서이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나는 저 세 그룹 중 어디쯤일까? 사실 나는 시사회나 영화 관련 파티에 가면 늘 웃고 있다. 그건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는 같이 일하기 까다롭지 않은 잘 웃는 작가랍니다. 나이 많다고 주저하지 않으셔도 돼요. 일만 주시면 최대한 편하게 일을 하실 수 있답니다. 생긴 거랑 달리 저 착해요!"
그렇다. 나는 작업하는 노인에 가까운 직업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