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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Sep 28. 2023

추석 직전 영혼을 분실하다

핸드폰 분실 사건

후배들과 술을 잔뜩 마시고 깨어보니 작업실이었다.

취해서 집에도 가지 못했다.

몇 시인지 보려고 했는데, 아뿔싸 핸드폰이 안 보인다.

초속 50킬로로 벌떡 일어나 작업실을 뒤졌다.

하지만 책꽂이에도, 냉동실이나 전자레인지에도, 팬티나 냄비 안에도

아무리 뒤져도 핸드폰은 행불이었다.


'안돼! 안돼! 오. 하느님. 제발 핸드폰을 돌려주세요. 제발요!'


난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톡으로 같이 마신 후배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작업실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핸드폰에는 은행 앱도 있고.

아아... 그리고... 그리고...

내가 들어갔던 수많은 사이트들.

내가 찍었던 추잡한 사진들...  

나의 더러운 비밀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패닉이 왔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서 바람이 조금만 스쳐도 살이 아렸다.

미쳤어. 미쳤어. 핸드폰을 잃어버리다니. 미쳤어.

나는 전날 다녔던 술집 동선을 따라 길바닥을 몇 번이고 훑었다.

이른 아침이라 가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나는 미친놈처럼 삼각지 골목을 왔다 갔다 해야만 했다.

하지만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누가 벌써 주워간 거야?


작업실로 돌아와 후배에게 전화를 한 번 더 해달라고 했다.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렸다.

작업실 어디선가 핸드폰 소리가 들리길!

제발!

하느님, 이제 추잡한 사진 안 찍을게요.

계좌에 그게 전재산입니다!

please!!

나는 숨을 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

소중한 것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정말 잘 간수해야겠다.

Happy 추석!! 되십시오.

마침 추석일세.

잘하자.


                                               - Written by my old android which has been under fu&king matt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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