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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Oct 01. 2023

일본 여행을 위한 딱 한 권 <일본의 가로를 걷다>

도서 리뷰. 가리아 유가 지음. 애트애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특히 일본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너무나 안성맞춤인 책이 나왔다. <일본의 가로를 걷다> 이 책은 일본 전국의 73개 거리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도시 공간과 건축물을 살펴보는 책이다. 여행을 하면서 살펴보는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거리들은 언제나 여행자들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자라면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주마간산으로 거리를 다니며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는 여행의 스토리가 완성되지 않는다. 스토리가 없는 여행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 버리고 다. 여행의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행지에 대한 역사 한 스푼을 더해야만 한다. 그렇게 한 스푼을 더하고 나면  그때부터  비로소 여행은 더욱 즐겁고 촘촘하게 신나는 일이 될 수 있다.

일본 여행 필수품!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부른다. 일본은 개항을 통해 17세기 이미 유럽과 교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은 당시까지만 해도 1800도 이상의 고온을 다룰 줄 몰랐다. 때문에 식기는 둔탁한 토기와 나무잔 따위밖에 쓸 수 없었다. 일본 역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시 전 세계에서  온도를 다루어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명나라와 조선 정도뿐이었다. 때문에 도자기는 어마어마한 고급 상품이었다. 일본은 이 도자기가 돈이 될 것을 알았고, 마침 일어난 조일 전쟁을 기회 삼아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수의 조선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 


"규수 사가현의 서쪽 끝, 나가사키현과 만나는 지점에 치한 아리타초의 아리타우치야마 지구는 17세기 이후 유럽에까지 알려진 도자기를 굽는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다.(p 401)"  


"아리타 도자기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의해 유럽 각국에 수출항 이름을 딴 '이마리'라는 브랜드로 수출되어 왕족과 귀족들이 경쟁적으로 수집하는 귀중품이 되었다.(p 403)"


"이케다가 주택 바로 옆에 선 큰 은행나무로부터 안쪽으로 난 골목과 뒷길을 따라서는 가마벽에 사용되었던 내화벽돌과 가마도구를 붉은 흙과 함께 쌓아 만든 '돈바이담'이라고 불리는 토담이 있어 아리타 역사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p404)"

<제6장 규슈와 오키나와의 가로>에서 아리타초 아리타우치야마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을 읽고 이곳을 여행한다면 골목의 담벼락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일본의 가로를 걷다>는 저자 가리아 유가가 일본의 곳곳을 연구하고 촬영, 기록한 내용을 꼼꼼하게 수록하고 있다. 이 책에는 홋카이도와 도호쿠, 도쿄를 포함하는 간토, 마치 만화 <귀멸의 칼날>의 배경 같은 주부,

애니 <귀멸의 칼날>에 나오는 대장간 마을 같은 풍경이다

교토가 있는 간사이, 요괴와 만화의 고향 돗토리현과 히로시마를 포함하는 주고쿠와 시코쿠, 아리타초를 포함하는 규슈와 오키나와의 가로 73군데가 수록되어 있다.


<일본의 가로를 걷다> 읽다 보면 마치 일본 전국을 여행하는 듯한 재미가 있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일본 전체의 조감도가 머릿속에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만일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가고자 하는 지역 미리  읽어보고 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거리의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며 여행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신기했던 점은 사진들이다. 일본을 여행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일본이 정말 조용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이 책에 수록된 가로의 사진들에는 신기할 만큼 사람이 찍히지 않았다. 심지어 1000년간 일본의 서울 역할을 했던 교토의 사진조차 태반이 그렇다. 또 이 책의 사진들을 보면 일본의 건축물들에서 서울역이나 (구) 한국은행 혹은 군산의 어느 적산 건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지은 건물들의 원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일 우리가 한국전쟁을 맞이하지 않고 현재에 이르렀다면 어땠을까? 그 많은 건물들이 전쟁으로 소실되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면 이 책 <일본의 가로를 걷다>를 보는 기분이 또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묘한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대형 유흥가가 있었던 가나자와시 히가시야마가 기억에 남는다. <감각의 제국>이나 <자토이치> 같은 일본 사극 영화의 배경 같은 분위기가 친숙함을 불러일으켜서 인 것 같다.

주부의 가로 부분

요즈음 일본 여행이 붐이다. 주변에도 일본 여행을 몇 번씩이나 다녀왔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은 가까운 나라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면적이 넓은 나라이다. 그만큼 한 두 번 가서는 일본을 모두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여행지가 정해지면 딱 그 여행지만 다룬 책을 사보곤 한다. 하지만 전체를 조망한 뒤에 부분을 들여다볼 때에 시점은 또 다를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걸 위해 딱 한 권만 보고 싶다면, 그때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 <일본의 가로를 걷다>라고 하겠다. 일본 여행을 꿈꾸는 사람,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나는 이 책을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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