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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A House of Dynamite

by allen rabbit

이 영화가 이토록 날카롭게 서 있는 이유는 미국이 예전의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어디서 발사된 지 모를 정체불명의 ICBM이 미국으로 날아온다.”라는 설정은 킬링타임용 액션 영화의 뻔하고 유치한 설정 같은 것이었다. 상투적인 악당을 정의로운 미국이 응징하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미국에 핵폭탄을 날리고 싶은 나라가 전 세계 지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정의와 민주주의의 보루가 아니다. 그리고 핵폭탄은 유례없이 많은 나라가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유치한 설정은 너무나 무서운 현실감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에서는 미치광이 장군 때문에 전 세계가 핵전쟁을 맞이한다. 이것은 분명히 어떤 개인의 일탈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위태롭고 복잡해진 미국의 위치가 현실적인 공포를 만든다. 이들은 20분 안에 결론을 내야 했다. 누구에게 보복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정도 범위로 할 것인지 등등. 그리고 이 결정은 그야말로 지구 종말 단추를 누르는 것이다. 때문에 국방 장관은 20분이 되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헬기로 가던 그가 스스로 건물에서 뛰어 내리는 장면은 놀라움을 넘어 곧 닥칠 둠스데이의 공포를 고스란히 전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아스라이 폭탄 터지는 소리가 하나둘 들려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서린 비글로우! 그녀는 정말 굉장한 감독이다. 나는 이 감독이 8년 만의 새 영화를 찍었다는데 굉장히 화가 난다. 이 감독은 영화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특별 위원회라도 만들어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해야 한다. 영화와 소설의 문법은 굉장히 다르다. 보여주는 것, 각 장르가 잘하는 것도 다르다. 하지만 나는 감히 캐서린 비글로우를 영화판의 헤밍웨이라 부르겠다. 그녀의 영화에도 있어야 할 감정은 모두 다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마음 아프고 눈물 나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감정을 질질 끌지 않는다. 올리비아(레베카 퍼거슨)는 워 룸에 들어가면서 전화기를 바깥에 둬야 했다. 하지만 이제 곧 핵전쟁이 일어난다. 그러자 그녀는 옆자리 부하에게 전화기를 가져오라 시킨다. 규칙을 어기는 것이지만 그녀는 단호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남편에게 말한다. 지금 당장 동쪽으로 무조건 달려가라고. 이유가 뭔지, 어째서 그래야 하는지, 심지어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조차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구석 방에 들어가 잠시 눈물을 닦고 감정을 추스른다. 그것이 전부다. 너무나 간결해서 현실적이었고 함축적이어서 더 마음이 아팠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흥미진진하고 박진감이 넘치는 영화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거나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다. 긴박한 20분의 결정이 인물을 바꿔 세 차례 반복되는 소품 같은 영화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를 처음 봤을 때 알게 된 ‘워룸war room’이나 ‘둠스데이 doom’s day’처럼 새로워진 지금 미국의 핵전쟁 매뉴얼은 놀랍고 흥미로웠다. (그런데 워싱턴의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동해를 “sea of japan” 이라고 부른다. 이 부분에는 참교육이 필요하다.)

제목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라는 말은 양가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를 둘러싼 주변 대부분이 친구들이라면 나는 적들에게 폭탄을 든 위협적인 존재가 되겠지만, 나를 둘러싼 대부분이 적이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다이너마이트는 도리어 나를 위험하게 만든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그러므로 이제 미국의 또 다른 별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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