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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Feb 01. 2023

내 사랑 탕수육이 매몰차게 건넨 교훈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매던 어느 외롭고 쓸쓸하던 날. 나는 나를 위로하는 의미로 나에게 탕수육을 사주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어느 가게. 나는 울먹이며 “탕수육 하나 주세요.” 했다. 하지만 주인의 대답은 의외였다. “여기 곰탕집인데요?”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 밖에서 분명히 <곰 탕수육>이라고 써 붙인 걸 보고 왔는데? 하고 메뉴를 다시 보니 <곰탕, 수육>이었다. 그렇다 나는 탕수육 러버다. 나는 새로운 동네에 가면 우선 근처 중국집을 다 찾아가서 탕수육을 먹어 본다. 그리고 그중 가장 맛있는 집에서 내가 나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 울적할 때 나에게 탕수육을 사 준다. 그렇게 이 동네에 내가 찜해 놓은 중국집이 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이었다. 한참 마감을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가게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몇 명이세요?” 묻길래 “1명인데요?” 했더니 대뜸 종업원이 “1명은 자리 없어요.” 하는 거다. 분명히 눈앞에 테이블 두 개가 비어있었는데 말이다! “자리 없어요?”하고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역시 “1명은 자리 없어요.”였다. 내가 이 가게를 얼마나 들락거렸는데! 이 동네 유일무이한 대머리를 몰라볼 리 없잖아! 난 망연자실 빈 테이블 앞에 서서 “나 까인 거야? 나 까였어?” 몇 번이나 중얼거리고 나왔다. 나는 이 가게에 대한 내 애정이 짓밟힌 기분이었다. 사랑해 고백하고 뺨을 맞은 기분이었다! 실로 겪어보지 못한? 실연당한 마음이었다.

화가 나고, 얄밉고, 속상했다. 밥때만 되면 그 집이 괜히 미워졌다. 하지만 그렇지 않나. 중식은 돌아온다. 끊을 수 없다. 결국 한 번은 먹어야 한다. 먹어야 하는데 할 수만 있다면 맛있는 그 가게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속상했고 심하게 토라져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밥을 먹으러 나오면서 이상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날은 토요일이었잖아. 당연히 외식 손님이 많은 날이라 부득이 그런 거야. 오늘은 주말도 아니잖아. 왜 가게에서 날 까겠어? 한 명이라도 손님인데. 이 집 탕수육이 젤 맛있단 말이야! 이 집 안 가면 앞으로 탕수육은 어쩔 건데? 나는 어느새 이 가게를 용서할 온갖 변명을 다 가져다 붙이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결국 또 까이면 어쩌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게에 갔다. “몇 분이세요?” “저... 1 명인 데요?” 긴장으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그렇게 이 가게와 나의 냉전이 끝났다. 내 음식이 나온 뒤에 또 한 명의 1명 손님이 들어왔다.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말했다. “1명 자리는 없어요.” 잠시 1명 손님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테이블을 치우던 종업원이 말했다. “1분 이쪽으로 모실게요.” 토요일에 날 깠던 종업원이 이번엔 이 1인을 구했다!

그렇다 사랑하고 삐치고 실연당하고 토라지고 하는 모든 건 그냥 사실 내 생각일 뿐일 가능성이 높은 거다. 이 사람들은 그냥 자기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날 미워하고, 날 못 알아봐서가 아니었다. 그저 입장이 조금 다를 뿐. 그러니 함부로 가게를 미워하면 안 된다. 하물며 사람은 더욱 그렇다. 혼자 사랑하고 결국 모욕 당 했다고 길길이 날뛰던 일이 몇 번이었던가? 물론 내 얘기는 아니다. 내 친구 얘기다. 아무튼 이것이 탕수육이 내게 가르친 교훈이다. 이렇게 깨달음을 얻었으니 상으로 이번엔 갈비 탕수육을 내게 사줘야겠다.

흥! 간짜장 별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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